“틱톡·인스타가 청소년 망쳐놔”… 각국 ‘SNS 제한법’ 불붙는다[Global Focus]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캐시 호컬 미국 뉴욕주지사가 교사노조 맨해튼 지부 사무실에서 SNS 사용에 따른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을 막기 위한 ‘어린이를 위한 안전법’(SAFE for Kids Act)에 서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Global Focus - 폭력콘텐츠 노출·중독 우려에 감독 강화

“SNS도 담배처럼 경고문 필요”
미국공중보건단장 언론에 기고

뉴욕주, 접속 부모허가제 도입
호주, 이용연령제한 입법 추진
프랑스 마크롱도 금지법 지지 밝혀

일각선 “청소년 교류방해”지적

과도한 SNS 사용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폭력적·선정적 콘텐츠에 노출되고, 맞춤형 알고리즘 등에 따른 중독 문제까지 떠오르자 세계 각국이 청소년들의 SNS 사용 제한에 나서고 있다. 미국 의무총감은 SNS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술·담배와 마찬가지로 경고 문구 표시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밝혔고, 호주와 유럽 등에서도 청소년의 SNS 사용 금지가 공론화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방적인 SNS 사용 제한 조치가 인종, 종교 및 성 소수자에 속하는 청소년들을 고립시켜 다양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의무총감, SNS ‘경고 문구 표시’ 제안…각 주 청소년 SNS 사용 제한 = 미국인들의 ‘국가 주치의’로 불리는 비벡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SNS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다는 의무총감 명의의 경고 표시를 SNS 플랫폼에 노출하도록 요구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술·담배에 붙어 있는 경고 문구와 같은 문구가 SNS에도 표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머시 의무총감은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 위기는 현재 비상 상황이며 SNS가 주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관련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불안과 우울증 증상 위험이 두 배나 높다”며 “지난해 여름 기준으로 이들 청소년 연령 그룹의 하루 평균 SNS 사용 시간은 4.8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무총감의 권고는 시간이 지나 공중보건사에 한 획을 긋는 전환점으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아 머시 총감의 기고문은 더욱 주목받았다.

머시 총감의 권고가 나온 지 사흘 만에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SNS 사용에 따른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을 차단하는 일명 ‘어린이를 위한 안전법’(SAFE for Kids Act)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이 사전 동의 없이 18세 미만 청소년들의 개인정보를 수집 및 공유할 수 없도록 하고, 접속 기록 등을 근거로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생성되는 중독성 피드 및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알고리즘 추천 피드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 등 성인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로스앤젤레스(LA) 교육위원회 역시 머시 총감의 권고가 나온 지 하루 만에 LA 통합교육구 관할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LA 교육위원회는 휴대전화가 학습을 방해하고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유발하며 사이버 괴롭힘을 야기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플로리다주는 내년부터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하기로 했으며, 유타주도 18세 미만 청소년은 SNS 이용 시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호주, 16세 미만 SNS 이용 금지 움직임…유럽, 스마트폰 제한 법안 마련 = 청소년의 SNS 사용 금지 조치가 가장 적극적으로 논의되는 곳은 호주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피터 더튼 호주 자유당 대표는 16세 미만 청소년이 SNS에 접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막기 위한 연령 인증 정책을 강화하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보수 연합이 승리하면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이를 입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더튼 대표는 SNS 기업이 청소년에게 플랫폼 접속을 허용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SNS 기업에는 아이들을 수익화하는 것을 막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접속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온라인 피해를 억제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간보다 운동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11세 이전의 스마트폰 사용과 15세 이전의 SNS 사용 금지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엘리제궁의 어린이 스마트폰 사용 제한 지침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위탁받은 전문가들이 3세 미만 유아의 영상 시청과 13세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영국은 지난 2월 모든 학교에 수업 시간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도록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일방적인 SNS 금지, 청소년 사회적 소통 방해 지적도 = 일각에서는 일방적인 SNS 금지 조치가 청소년들의 사회적 활동을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소수자·약자 그룹에 속하는 이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또래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자신들과 관련된 이슈에 관해 목소리를 낼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호주 비영리 학술 매체인 ‘더 컨버세이션’은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지역사회 안팎의 가족·친구들과 소통하고 △자신들의 문화뿐 아니라 다른 문화를 배우면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배워가고 △인종·성차별 등 일상에서 경험하는 구조적 혐오에 대항하는 활동에 참여하며 △건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 유해한 문화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