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기 ‘고령 운전 주의보’… 매년 사고 1000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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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전복·끼임·낙상 등 속출
전남선 사망자 모두 65세 이상
나이제한 없고 음주단속 안해
면허제 도입 등 제도마련 시급

무안=김대우 기자 ksh430@munhwa.com

한 해 농촌에서 경운기 등 농기계 사고로 인한 사망과 부상 등 인명 피해가 65세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농촌 고령화에 따른 농기계 사고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기계는 농업기계화 촉진법상 농업기계로 분류돼, 면허가 따로 없어도 나이 제한 없이 운행이 가능한 데다 음주운전 단속 대상도 아니어서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북 영주시 이산면 한 고추밭에서 경운기를 타고 경사로를 오르던 70대가 경운기에서 떨어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앞서 29일 전남 장성군 진원면에서는 운행 중이던 경운기가 1.5ｍ 아래 농로로 추락해 뒤집히면서 80대가 숨졌다. 같은 달 21일 충남 보령시 웅천읍에서도 80대가 경운기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전국에서 농기계 관련 인명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연감을 보면 농기계 사고는 지난 2018년 1067건(사망 86·부상 892명), 2019년 1121건(사망 83·부상 821명), 2020년 1269건(사망 78·부상 745명), 2021년 1076건(사망 79·부상 794명), 2022년 1384건(사망 72·부상 943명) 등으로 매년 1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인명 피해자도 1000명을 넘어섰다. 대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층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안전운전에 취약한 고령의 나이에 경운기 등을 운행하는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2022년 1384건의 농기계 사고 중 뒤집히거나 넘어지는 ‘전복·전도’가 32.5%로 가장 많고 ‘끼임’ 30.6%, ‘교통사고’ 25.4%, ‘낙상·추락’이 8.5%를 차지했다.

실제 전남도가 2022년 도내에서 발생한 184건(사망 5·부상 23명)의 농기계 사고 특징을 분석한 결과, 안전의무 불이행이 전체 사고의 80%를 차지했다. 사망자는 모두 65세 이상, 부상자의 80%가 65세 이상으로 집계됐다. 농기계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속출하자 각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예방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농기계 안전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면허제 도입 등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