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의 盧정부 데자뷔[뉴스와 시각]

조해동 경제부 부장

윤석열 정부 3년 차를 맞은 요즘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집값이 오른 것보다 놀라운 것은 보수 정부라는 윤 정부의 태도다. 지난 1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은 ‘제2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연 뒤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국토부·국세청·금융감독원·지방자치단체 현장 점검반을 가동해 수도권 전 지역을 대상으로 위법 행위 발생 여부를 점검하고, 불법행위 정황이 확인될 경우 국세청·경찰청·지자체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엄포를 놨다. 집값이 오르자 시장을 상대로 온갖 위협을 내놓다가 사라진 노무현 정부 재판(再版)을 보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패를 딛고 출범한 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규제를 시장 친화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수요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인프라 등 투자 분야에서는 지나치게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하는 행태를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충이었다. 국토부 추산에 따르면, GTX 건설을 포함한 ‘3대 교통 혁신 패키지(속도+주거환경+공간)’에만 약 134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올해 3월 삼성전자가 경기 용인시 일대에 300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해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수도권 부동산값 상승에 호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를 포함한 전국 노후계획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수도권 집값 상승 요인이 됐을 것이다. 돈(투자)이 집중적으로 투자되는 곳의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고금리 고통을 덜어주겠다며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상품을 대규모로 공급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폭증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초대형 인프라·민간 투자로 여건이 조성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라는 발화성 높은 ‘연료’까지 가세하자 주택 가격에 불이 붙은 것이다.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향후 집값의 향방일 것이다. 정부가 조만간 추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주택이라는 재화의 특성상 단시일 내에 큰 폭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뾰족한 수’를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9월에는 미국, 10월에는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기간에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금융 정책만 한 것이 없는데, 한·미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집값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평소 경제 정책을 입안할 때 ‘지역 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 대한 인프라·민간 투자가 늘면 인구도 늘어나기 때문에 저출산 대책도 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과 별개 사안이기는 하지만, 미국 등에서 경기침체 시그널(신호)이 강하게 나오면 우리나라 부동산 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몇 개월, 윤 정부 부동산 정책 성패를 결정지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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