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찰대… ‘졸업생 경위 임용’ 폐지 법안 추진

■ 이달중 경찰공무원법개정안 발의

고위직 독식·로스쿨 이탈 논란속
중도이탈 허용 등 특혜 과도 지적
자동 임용제 대신 채용 시험 도입

경찰대 졸업생이 경위 계급으로 자동 임용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고 별도의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졸업생의 경위 자동 임용 제도가 폐지될 경우 경찰대는 1981년 개교 이래 최대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그간 경찰 고위직 독식,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 등 논란에 휩싸였던 경찰대 학사과정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경찰대 졸업생들의 자동 공직 임용 제도를 폐지하고, 정해진 시험에 합격해야만 경위로 임용되도록 하는 경찰공무원법과 경찰대학 설치법 개정안이 이달 중 야권에서 발의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소방 중간간부 제도를 주제로 연 국회 토론회에서도 경찰대생들의 과도한 특권을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 경찰제도발전위원회(경발위)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는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어떤 경찰은 순경에서 시작하고 어떤 경찰은 간부로 시작하는 입직 시스템을 지속하게 된다면 같은 조직 내에서도 특권의식·특권층이 존재하거나 이를 조장하게 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특권 없애기’ 방안으로는 졸업시험 또는 경력경쟁채용시험을 별도로 시행하거나, 다른 대학 졸업생들과 기존 일반경쟁채용시험을 함께 쳐서 경위가 되도록 하는 안이 거론된다. 경위는 경찰 조직의 초급 간부 계급으로, 일반직 공무원의 6급(을)에 대응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선 파출소장을 맡는 간부로 대우받기도 했지만, 근속승진 등에 따라 인원이 많아지면서 현재는 지구대·파출소에서도 대개 일반 팀원으로 근무한다. 다만 7급 공무원에 상당하는 사관학교 졸업 소위보다 대우가 나은 데다, 경찰대 졸업생은 학비를 상환하면 의무복무 중도 이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혜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내부에선 경찰대 출신이 최근 네 차례 연속으로 경찰청장에 임명되고, 치안정감 이상 8명 중 5명을 차지하는 등 고위직을 독점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잖다. 최근 졸업생들의 로스쿨 진학 행렬은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경찰대 출신 6년 미만 퇴직자는 41명, 10년 미만 퇴직자는 64명에 달해 사관학교보다 조기 퇴직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올해 로스쿨에 입학한 경찰대 졸업생은 92명으로, 한 해 모집 인원에 육박하는 인원이 로스쿨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논의를 계기로 그간 수차례 제기됐던 ‘경찰대 폐지론’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 경발위는 지난해까지 정기회의에서 △졸업생 입직 시험 실시 △경찰대 학사과정 폐지 △현행 유지 등 3개 안을 놓고 논의하다가 활동 시한을 연장하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고교 졸업자를 4년 교육시켜 바로 중간 간부로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찰대 출신의 경위 임용 폐지가 최상위권 수험생 확보를 어렵게 하고, 로스쿨 진학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