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폭염’ 한가운데… 배달 노동자의 헬멧[도시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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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풍경

사진·글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덥다, 더워”를 습관적으로 내뱉으며 에어컨 토출구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고객님,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지금 내려오시면 되겠습니다.”
‘더워도 너무 더워’ 외출을 포기하고 배달 앱으로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치킨을 주문했었는데 곧 도착한다는 배달기사의 전화다.
현관문을 여는데 훅하고 들어오는 용광로 같은 열기에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다.
이 더위에 헬멧에 안전화까지 한 배달라이더는 “주문한 것 맞으시죠?”하며 음식을 건넨다.
음식 챙겨 받느라 눈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라이더는 가쁜 오토바이 배기음을 남기며 또 다른 폭염 속으로 멀어진다.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 근무환경의 택배·퀵·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얼음생수·이온음료를 제공하고 휴식 공간을 확대하는 등 배달 업체와 지자체의 온열질환 예방 활동이 크게 늘고 있다.
아울러 배달 앱을 이용하는 분들의 따듯한 말과 시선이 더해진다면 이동노동자들의 체감온도를 더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이 더위에 너무 감사합니다”라며 뒤늦게나마 인사말을 전해 본다.

■ 촬영노트

배달오토바이 위에 벗어놓은 헬멧 실드에 비친 모습이 ‘폭염 폭풍’의 한가운데 들어온 도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