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후보’ 앞의 장애물[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8-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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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13일 피격 직후 ‘fight’를 외칠 때만 해도 100일 넘게 남은 대선이 싱겁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죽음이 눈앞에 닥쳤던 순간 의연함과 강인함을 보여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뒤로 성조기가 펄럭이는 사진은 대선 승리의 상징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피격 한 달이 지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하다. 피격 직후 조사에서 50%를 넘어선 적은 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결이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대결이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후반대에 머물러 있다. ‘빠’(지지자)도 많고 그만큼 ‘까’(비판자)도 많은 트럼프, 존 F 케네디와 로널드 레이건까지 소환한 암살 사건을 겪으면서도 꿈쩍도 않는 지지율은 결국 이미 트럼프 지지층은 총결집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11월 미 대선의 포인트는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민주당 후보, 혹은 반(反)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에 등 돌린 계층을 다시 끌어오든, 민주당보단 트럼프가 좀 더 싫은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이끌든 어쨌든 지지층을 얼마나 결집시킬 수 있느냐다. 그에 따라 2016년의 재연이 될지, 2020년에 이어 다시 트럼프가 패배자가 되는 선거가 될지 판가름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4년 전과 달리 그 가능성을, 청사진을,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후보 자리를 내놔야 했다.

바이든의 빈자리를 재빨리 접수한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는 분명하다. 그 상승세가 ‘지지층을 모으는’ 승리 공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가장 큰 히스패닉·라틴계 단체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이 지난 9일(현지시간)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이 단체가 1929년 창립 후 특정 후보를 지지한 건 처음이다. 흑인 단체, 노조, 진보 성향 단체, 아시아계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면서 바이든에게 갸우뚱했던 계층이 앞다퉈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는 등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정황은 속속 확인된다.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를 추월한 여론조사 결과를 단순한 컨벤션 효과나 허니문 효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11월 5일까지 해리스 부통령에겐 꽃길만 있을까. 대선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워싱턴의 한미 인사들은 이제야 어느 누구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세 번째 대선을 치르며 온갖 욕설과 망언, 반민주적 행태를 선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변수가 훨씬 많다. 나이 많은 백인 남성 대 상대적으로 젊은 흑인 여성의 구도는 민주당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밈’으로 MZ세대에게 ‘확’ 다가간 해리스 부통령이지만, 마라톤 같은 장기 레이스에서 막판 지쳤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불확실하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의 2인자인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비판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물가, 경기 침체 등 여권을 패배로 이끄는 지표는 물론 팔레스타인 전쟁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분열도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다.

19일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다.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바이든 등 ‘선배 대통령’ 앞에서 열리는 해리스의 ‘대관식’이다. 그리고 해리스의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photo 민병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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