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반 년… 정상화 향한 진통[포럼]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의 병원 이탈이 시작된 지 6개월이다. 지난 2월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발표, 3월 의대별 정원 배정, 4월 여야 영수회담의 의대 증원 공감대, 5월 서울고법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기각. 매월 한 번꼴로 중대 고비가 있었지만, 내년부터 시작되는 의대 증원 열차는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기저에는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의사 부족 현실이 있다.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인 임상의사 수(스톡), 절반 수준인 의대 졸업자 수(플로)는 의대 증원 정책의 가장 강력한 ‘과학적 근거’다. ‘대수(大數)의 법칙’이 작동하는 국가 단위 통계에 비하면, 일부의 현상만 부각하는 기타 자료는 단편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 상황에 대응할 책무가 있다. 2012, 2020년의 증원 시도와 올해의 증원 강행은 책무의 이행일 뿐이다. ‘전공의 사태’는 전공의가 이탈해서 생기는 문제다. 이탈 명분은 전공의 혹사와 부당한 처우다. 일반 국민은 모순을 느낀다. 연속근무 36시간의 비인간적인 상황을 개선하려면 전공의 수가 늘어야 할 텐데, 의대 졸업생 수는 늘리지 말라 하니 혼란스럽다.

전공의의 병원 이탈은 얼마나 심각한 의료 ‘사태’일까. 환자가 큰 병원을 찾는 것은 ‘전문의’에게 치료받고 싶어서다. ‘전공의’의 이탈은 ‘전문의’ 보조 인력의 부족으로 연결된다. 해결은 1차적으로 병원의 몫이다. ‘전문의를 충원하고, 비중증 환자를 줄이고,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의 노력엔 한계가 있다. 정부의 법적·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의사 부족 상황에서 개별 병원의 전문의 충원 노력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다. 크게 보면, 의대 증원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다. 10, 20년 후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둘째, 정부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외래환자를 줄이고, 지역 병·의원과 환자진료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의뢰·회송 시스템을 이행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연간 500억∼1000억 원을 추가 보상한다. 셋째, 진료보조인력(PA)을 제도화한다. 의료 인력의 유연한 활용을 강조한 2017년 OECD 보건장관회의 코뮈니케와도 맥을 같이한다.

‘전공의’의 주된 목표는 임상 수련이다. 그간 병원 현장은 전공의를 ‘값싼 의사’로 활용해 본말을 전도했다. 임상 수련 이탈은 전공의의 커리어 관리에 치명적이다. 전문의가 되려는, 그래서 임상 수련이 필요한 것은 누구보다도 전공의 본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병원 이탈은 본인들에게 의료 ‘사태’가 맞다.

OECD 통계에는 전체 의사 수에 이은 또 하나의 극단이 있다. 우리나라는 일반의가 전체 임상의사의 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비중이 낮다. OECD 평균은 23%다. 건강보험 체제인 프랑스가 30%, 독일이 16%다. 국가의 역할을 더 강조하는 영국은 26%, 캐나다는 47%나 된다. 민간보험 위주인 미국도 11%다. 우리의 의대 졸업생은 대개 전문의가 되려 한다. 이번의 전공의 ‘사태’는 이러한 구도도 정상이 아니었음을 확인해 줬다. 사직 전공의의 일부가 일반의로 근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시적 현상이겠지만, 전공의의 이탈과 일반의 전환은 90% 이상이 세부 전공 수련에 진입하는 의사 커리어 경로가 맞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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