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루 1대꼴 전기차 화재

공식통계 없어 건수 더 많을 듯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가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로 확인된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중국 내에서 약 300건의 전기차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통계는 없어 실제 사고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20일 중국 현지 외교소식통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 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는 약 300건에 이른다. 하루에 1건꼴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이 중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3건으로, 2건의 사고에선 사망자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관련한 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품들은 대부분 다른 국가들로 수출된다. 다만 중국 당국은 전기차 배터리 발화 사고 등에 대한 공식적 통계를 내고 있지 않아, 실제 사고 건수는 300여 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은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발화 사고는 차량이나 배터리 제조사와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돌 후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와 더불어 충전 중이거나 주차 중인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다수다.

　전기차 화재가 빈발하자 최근 중국 당국도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과 국가표준화관리위원회 등이 전기차와 전기버스, 전기차용 전지 등에 대한 안전 요구사항을 국가표준으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는 전기차용 동력전지 안전 요구 개정안도 오는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배터리 발화, 열폭주 방지를 위한 조치를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전기차 화재 시 대피 시간을 5분가량 확보할 수 있도록 알람 기능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전기차 제조업체,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자체 안전령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이 소식통은 “새 안전 요구 규정이 시행되면 해당 안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느냐, 가지지 못했느냐에 따라 배터리 업계 내부에서 일종의 정리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화재와 폭발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회사들은 당장 이에 관련한 안전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