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현대화 했어도… 전통시장이 텅텅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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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빈 점포 매년 늘어 2만곳
광주 송정역시장 절반 문닫아
대구 광덕시장은 20%만 영업

지자체 활성화 예산투입에도
온라인 쇼핑에 밀려 발길 뚝

광주=김대우·대구=박천학·대전=김창희·춘천=이성현 기자

연중 최대 성수기인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현대화 사업에 예산을 쏟아붓고,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을 개최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는데도 문을 닫는 점포가 속출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유통환경·소비패턴 변화로 택배 등 온라인 쇼핑이 강세를 보이는 데다 대형마트에 밀려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든 탓이다.

28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남도는 침체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이 용역을 통해 도내 114개 전통시장의 상권을 분석하고 특화자원을 발굴할 계획이다. 도는 또 매주 토·일요일 장이 열리는 전통시장을 순회하며 다양한 풍물공연을 펼치는 ‘전남도 장터유랑단’을 운영 중이다.

대전시는 올해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등 시설 개선 지원을 강화한다. 231억 원을 투입해 지역 내 20개 전통시장에 아케이드와 쿨링포그, 화재 알림 시설 등을 구축한다. 지난 2022년부터는 공동브랜드를 개발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소상공인 지식재산 역량강화 사업을 하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 국비 15억 원을 확보해 남구 관문상가시장 등 34개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에 나섰고, 강원도는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도내 12개 전통시장에서 야시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이 같은 노력이 무색하게 전통시장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찾는 이들이 없어 시장 기능을 상실하거나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들도 빈 점포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실제 광주지역 24개 전통시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경우 지난 2021년 61개로 파악됐던 빈 점포 수가 2022년 65개, 지난해 82개, 올해는 현재까지 70개에 달한다. 이 시장의 전체 점포 수는 2021년 1090개에서 2022년 1080개, 지난해 1074개, 올해는 979개까지 매년 감소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1913송정역시장도 지난 5월 기준 58개 점포 중 절반(44.8%)에 육박하는 26개 점포가 비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TX가 정차하는 광주송정역이 인접한 송정5일시장도 전체 240개 점포 중 29개가 문을 닫은 상태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장사가 잘되는 전통시장도 주차장 수입이 전년 대비 약 1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빈 점포가 늘면서 전통시장 기능을 아예 상실한 시장도 있다. 대구의 경우 전체 등록된 전통시장 150개 중 시장 기능을 상실한 곳이 38개(25.3%)다. 이 중 1971년 개설된 남구 광덕시장은 전체 100여 개 점포 중 현재 약 20개 점포만 영업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통시장마다 빈 점포가 수두룩할 정도로 침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위기는 지난해 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빈 점포 수는 2018년 1만7587개(7.2%)에서 2019년 1만9818개(8.2%), 2020년 2만615개(8.6%), 2021년 2만2663개(9.4%), 2022년 2만2681개(9.8%)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