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바다에 강력한 가을태풍 가능성… 피해 미리 대비해야[기고]

■ 기고 -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뱀과 벌의 독성이 증가하는 가을이면, 강력해진 태풍의 활동이 본격화한다. 태풍 길목에 있는 바다가 여름내 달궈져 초가을 해수온은 최고치에 이른다. 이때, 바다 수증기가 태풍의 에너지원으로 공급되면서 강력한 가을 태풍이 등장한다. 최근 10년간 가을에 모두 14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쳤는데 9월에 10개, 10월에도 4개나 된다. 특히 2016년에서 2022년까지는 7년 연속 이어졌다. 역대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준 1959년 사라, 2003년 매미도 추석 무렵 상륙했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며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 그렇기에 사회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 재난이며 국가적 위험 요소라 할 수 있다. 최근 가을 태풍으로 인명피해도 다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2022년 9월 힌남노 11명, 2019년 10월 미탁 14명, 2016년 10월 차바 6명 등의 사망자 또는 실종자가 발생했다. 한편, 태풍은 연평균 25.1개씩 발생하는데 올해는 8월 하순 기준 10호까지 생겼으니 앞으로도 다수가 남은 셈이다. 유엔기후변화 보고서에서도 온난화로 해수온이 상승하면 강력한 태풍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발달한다고 경고한다. 세계적으로 강한 열대성저기압 발생 비율은 과거 40년 동안 증가했고 그 세력이 커지는 위치도 변해서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의 이동시간이 과거보다 짧아졌음을 시사했다.

태풍의 위험성은 크게 세 가지로 △호우 △강풍 △풍랑·해일이다.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는 강릉에서 하루에만 870.5㎜ 역대 1위 강우량을 기록했고, 큰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겼다. 호우로 인해 침수와 토사 붕괴가 우려되는 지역에는 위험을 미리 알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이동할 때는 가로등·맨홀 등 물에 잠기면 감전 위험이 있는 시설물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또 도로 침수 시에는 차량 운행을 자제하고, 지하차도와 지하·하천변 주차장에는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강풍이 남긴 상처도 크다. 2010년 9월 최대풍속 52.4m 곤파스는 서해상을 따라 북상하여 수도권을 직격했다. 전철 운행 중단과 정전 발생 등 비보다는 바람 피해가 컸던 대표적 사례다. 2020년 9월 마이삭 때는 부산 아파트에서 창문 고정작업 중 강풍에 깨진 유리창 파편에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그뿐 아니라 해안가 아파트 화단의 자갈이 비산하여 창문이 파손되는 사례도 있었다. 강풍에 날려 떠다니는 물체에 유의해야 하며 창문은 창틀과 유격이 없도록 고정해야 한다.

끝으로 풍랑과 해일이다. 바다와 해안가에서는 저기압으로 해수면이 상승해 높은 파도와 폭풍해일이 발생한다. 통상 기압이 1h㎩씩 낮아질 때마다 해수면은 약 1㎝ 높아진다. 2003년 매미는 남해안 만조와 겹쳐 해일 피해가 컸었다. 당시 마산항 해수위는 180㎝로 예측됐지만, 강한 저기압으로 최대 439㎝까지 올랐다. 바닷물이 육지로 몰리면서 해수위도 상승해 하천수가 바다로 평소처럼 빠지지 못하고 폭풍해일까지 더해지면 피해 우려가 커진다. 이를 보더라도 해안가는 되도록 접근하지 말고, 선박은 안전한 항구로 대피하거나 육지로 옮겨놓아 높은 파도와 침수에 대비해야 한다.

태풍 상황에서는 매우 강한 폭풍우가 불규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 위험이 크다. 따라서 재난 방송·문자에 관심을 가지고 비바람의 세기와 영향권 범위 등 위험 정보 파악이 중요하다. 아울러 정전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용품을 준비하고, 갑자기 멈춰 갇힐 우려가 있는 승강기 이용도 자제해야 한다. 구조요청이 단시간에 집중되는 태풍 발생 시에 정부는 비상체제에 돌입하지만 보통 때처럼 신속한 현장 구조활동이 어려울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평소 현장 안전 확인은 미리 마치고 태풍 상황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외부 활동은 잠시 멈추시길 다시 한 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