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사각지대’ … 71건중 ‘집유 35건·실형 4건’뿐

가중 처벌해도 ‘최대 2년6개월’
영국·호주선 제작만 해도 처벌

실제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영상·이미지를 유포하는 이른바 ‘딥페이크 성범죄’ 사례가 심화하고 있지만 신종 디지털 성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입법이 늦어지면서 딥페이크 범죄가 ‘처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성인대상 딥페이크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뿐이다. 이 법의 14조 2항은 카메라 등으로 신체를 촬영하거나 제작하면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2019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불법음란물이 대량 유포된 ‘N번방’ 사건 이후 만들어졌다. N번방 사건 이후인 2020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기존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세분화해 딥페이크 영상물을 포함한 허위영상물의 유포 범죄와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등을 추가했다.

국회 입법이 범죄 발달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이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상황을 반복했다. 2020∼2023년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1·2심 판결은 모두 71건으로, 이 가운데 35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특히 딥페이크 성범죄만으로 실형이 선고된 것은 4건에 불과하다. 처벌이 이뤄진 경우도 허위영상물을 유포만 한 경우 양형기준이 징역 6개월∼1년 6개월, 가중 처벌돼도 징역 10개월∼2년 6개월에 그쳐 피해 심각성보다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두고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정부·여당은 이날 긴급 현안논의를 통해 처벌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그친 현행 형벌 기준을 불법 촬영물과 같은 징역 7년 이하 수준으로 상향하는 안이 논의됐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법무부는 4월 딥페이크로 음란물을 만들기만 해도 공유·유포 여부와 관계없이 벌금형을 선고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호주에서도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시 최고 징역 7년형에 처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 7월 딥페이크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최대 25만 달러(약 3억3400만 원)까지 청구할 수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