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학계 “역사교과서 좌편향 정상화”… 진보선 “친일문제 등 후퇴”

새 검정교과서 반응 엇갈려

‘자유민주주의’ 용어와 대한민국 체제 정통성 등을 강조한 새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30일 학계는 이념 성향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보수 성향 학자들은 지나치게 편향돼 있던 교과서의 정상화라고 평가한 반면 진보 학계에선 친일 성향이 강화된 퇴행적 역사 서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과거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했던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 “당연한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국사 교육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긍정적 부분에 애착을 갖고, 잘못된 것은 성찰하는 가치관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그동안에는 자부심을 가지도록 하는 인식이 빠져 있었다”며 “대한민국을 옹호하면 우파고, 대한민국을 옹호하지 않으면 좌파냐”라고 되물었다. 그는 “교과서 문제는 학생들이 배웠을 때 대한민국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게 되는지가 중요하다”며 “글로벌 시대에 국내·외에서 두루 통용되는 사실에 근거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했던 류석춘 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지금까지 나온 교과서는 너무 좌편향되어 있었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감성적으로 강조됐고, 북한의 범행에 대한 비판 내용은 에둘러 표현돼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류 전 교수는 한 교과서 표지에 연평도 포격사건 그림이 실린 데 대해서도 “논쟁의 여지 없이 북한에 문제제기를 하고 국민이 경각심을 가지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이승만 정부 표기 논란 등에 대해 “독립기념관장이 인사 문제의 정점이라면 교과서는 국민의 정신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정점으로, 현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래세대까지 바꿔버리겠다는 것”이라며 “민족, 친일 문제, 독립운동 문제 등에 대한 역사의식이 바뀌게 된다면 그것은 우편향이 아니라 후퇴”라고 비판했다. 반 명예교수는 “(교과서가) 국민의 마음속에 장기적이고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게 되면 우리가 일본에 대해 교과서 왜곡을 비판할 근거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진보 성향 교수는 “전체적 방향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쓴 것은 잘한 일”이라며 “역사교육이 ‘비정상화’될까 우려했는데, 일단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재연·전수한·조율·김린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