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3년 만에 공개변론…장애인 접근권 국가배상 가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법원. 연합뉴스

내달 23일 공개변론, 유튜브 생중계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장기 미개정
입법 안 한 책임 따른 손해배상 따져

대법원이 2021년 이후 3년 만에 공개변론을 연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여는 공개변론으로, 장애인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국가가 당사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다투게 된다.

5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다음 달 23일 오후 2시 김모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다. 약 2시간 30분으로 예정된 공개 변론은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되며 일반인 방청도 가능하다. 선고는 공개변론 이후 대법관들의 합의를 거쳐 2~4개월 뒤 나올 예정이다. 이번 변론에서 원고 측은 배융호 사단법인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본부장, 김중권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한다. 피고 측은 안성준 한국장애인개발원 환경정책기획팀장, 안병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관련 기관에도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치열한 논쟁이 오가는 공론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며 "사회적으로 파급력 큰 사건을 공개변론에 부쳐 재판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차별구제 소송의 쟁점은 국가가 옛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장기간 개정하지 않은 것이 입법자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로 위법한 것인지, 나아가 손해배상 책임까지 성립하는지 여부다. 옛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라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은 바닥면적 합계 300㎡ 이상일 때만 경사로를 비롯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바닥면적 합계 300㎡를 넘는 편의점은 전국 편의점 중 3％에 불과해 장애인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부는 2022년 4월에서야 바닥면적 합계 50㎡로 조건을 강화했다.

김 씨 등은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고 내버려둬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서 보장한 접근권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2018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김 씨 등이 불복하면서 대법원은 2022년 11월부터 사건을 심리해왔다. 이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