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난항…‘25·26학년도 의대 정원’ 쟁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과 국가고시를 위한 서적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 "26학년도 이후부터 논의" vs 의협 "25·26학년도 증원 백지화"
의료계 빠진 여야정 협의체부터 구성하나
민주당 "윤 대통령 사과하고, 복지부 장·차관 경질해야"


여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장기화한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할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의 합리적 대안이 있을 시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원점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한의사협회는 "2025·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당 내에서도 이견을 분출되고,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을 요구하고 있어 더욱 복잡한 난맥상이 그려지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협의체 구성 제안을 전격 수용해 갈등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 전 협의체 구성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를 ‘추석 밥상’에 올려 6개월 넘게 지속한 의정 갈등과 응급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31일 열린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 참석자들이 ‘의료농단 교육농단 필수의료 붕괴된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의대 정원 증원 저지, 필수의료 패키지 대응”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관건은 의료계의 참여 여부다.

정부는 2027학년도부터 증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25·2026학년도는 입시전형이 본격화해 의대 정원을 변경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조정실은 전날 보도 설명자료에서 "일부 언론에 보도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결정은 사실과 다르다"며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또 "정부는 의료계가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증원 규모에 이견이 있다면 과학적 근거를 갖춰 합리적 의견을 제시할 경우 이를 존중해 2000명이라는 숫자에 구애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재논의할 수 있음을 일관되게 지속해서 밝혀왔다"고 했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가 이미 1509명 증원을 확정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의협은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2025·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고, 2027학년도 정원부터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계가 협의체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의료계가 빠진 ‘여야정 협의체’가 먼저 구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응급실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와중에 여당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료계의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지금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2026년 정원 논의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증원을 1년 유예하고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어 2026년 증원 규모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와 복지부 장·차관에 대한 경질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의료대란 해결 노력에 정부가 또다시 초를 치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일이야말로 의료대란 해결의 출발"이라고 주장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2살 아이가 병원을 못 가 의식불명에 빠지고, 심정지 환자가 100m 앞 병원에서도 수용을 거부당했다"며 "그런데도 복지부 차관이라는 사람은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는 망언으로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고 비판했다.

민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