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벨트 만들고, 과학고 유치 총력… 수도권 ‘반도체 메카’ 뜬다[로컬인사이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경희(왼쪽 두 번째) 경기 이천시장이 지난 4월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와 이천 반도체 교육센터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교내 설치된 실습장비들을 둘러보고 있다. 이천시청 제공

■ 로컬인사이드 - 이천, 미래산업 대응 집중투자

SK하이닉스 협력사 전문공단
2026년 10월 준공 목표 세워
투자기업에 최대 30억 보조금
기업 인허가 심사 등 행정지원

반도체 기업과 계약학과 신설
기초과학 인재양성 과정지원도

이천=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경기 이천시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 본사와 공장이 위치한 이천시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기술 경쟁 시대에 생존하는 데 있어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와 구글 등이 주도하고 있는 AI 등의 혁신 기술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꾸준히 증가시키고 있어 발 빠른 기반 투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에 시는 기업 지원 및 집적화를 위한 ‘반도체 파크’(가칭) 조성과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반도체 기업과 함께 계약학과 신설 및 교육과정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이천 과학고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 이천시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대월면 구시리 일원 대월2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이천시청 제공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이천시의 미래 = 이천시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공동 시행하는 대월2일반산업단지에 첨단업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계획을 지난달 7일 승인했다. 이는 김경희 이천시장이 공약으로 내놓은 ‘SK하이닉스 협력사 전문공단(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매진한 결과다. 대월2산단은 4만5291㎡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를 위한 산업단지로 최근의 세계 경제 흐름에 발맞춰 이천시의 반도체 산업 발전에 첫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천시는 글로벌 종합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와 우수한 연구인력이 집중된 연구·개발(R&D)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 ㈜유진테크와 ㈜디에스테크노, 비씨엔씨㈜, ASML, TEL, AMAT 등 세계 굴지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모여 있고, 전국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으로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역량이 크다. 이천시는 2026년 10월 대월2산단 준공을 목표로 성공적인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산단이 성공적으로 조성되면 미래 산업을 선도할 첨단 기업들이 입주해 지역 발전과 함께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첩규제 속 틈새 공략해 기업유치 = 이천시는 기업유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다. 첨단미래추진단을 신설해 9년 만에 투자유치팀을 부활시켜 부지 컨설팅부터 인허가 사전심사 등 행정지원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며 기업이 겪는 행정적 어려움을 신속히 해결하고 있다. 또 산단 조성 업무를 확대해 이천시와 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지난 5월 9일 제정된 ‘투자유치 촉진 등에 관한 조례’는 국내외 기업의 관내 투자유치를 촉진하고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조례에는 투자비가 200억 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최대 30억 원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규모 투자기업 특별지원이 포함돼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차별화된 지원 이면에는 지역발전의 손발을 묶는 고질적인 문제를 뛰어넘어 우수기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고민이 담겨 있다.

시는 또 기업유치를 위한 ‘이천시 신산업 발굴 및 육성 전략 수립’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관내 1200개가 넘는 기업에 향후 투자의향 및 조성 예정인 산업단지 입주 희망 수요를 파악하고 투자유치를 제안하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이 중 15개 기업이 투자 의향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투자유치 관련 기관 및 단체와의 교류 확대에 발맞추어 투자유치협력관이라는 대외직명을 신설했다. 다양한 투자유치 활동과 더불어 국내외박람회, 세미나 참가 등 활동에 대외직명을 전면적으로 활용하며 업무 전문성을 강화했다.

◇과학 인재 확보 위해 과학고 유치활동 = 이천시는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 과학연구를 이끌 인재가 필요하다고 보고 시내 과학고 유치를 도모하고 있다. 최근 김 시장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과학고 설립 의향서를 전달하고, 주민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달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설문 응답자 중 95.2%가 과학고 신설에 동의하고, 총 7816명의 시민이 서명운동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방세환 경기 광주시장과 이충우 여주시장이 ‘이천과학고 유치’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이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과 이천과학고 유치위원회가 공동으로 연 ‘이천과학고 유치 정책토론회’에서는 과학고 유치의 필요성으로 △지역 불균형 해소 △국가전략과 부합하는 우수 인력 양성 △이천시 정책과제 실현과 발전을 위한 기반 조성 △학생들의 진로와 교육 선택권 확대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지지 △반도체 산·학·연 기반 조성 등이 제시되기도 했다.

◇반도체 산업 투자, 지역 넘어 전략적 결정 필요 = 이천시는 반도체 산업 벨트를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란 이유로 각종 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중 자연보전권역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 및 각종 환경 관련 규제로 공장의 증설과 산업단지 조성(수도권정비계획법상 6만㎡ 이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천시는 반도체 산업의 투자는 단순히 지역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인 만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 문제에서 벗어나 필요하다면 규제를 풀어서라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하므로 선제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천시는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규제 병폐를 해결하고자 자연보전권역 입지규제에 대하여 한시적(2년)으로 6만㎡ 이상 증설 허용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규제 해소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시장은 “미래의 먹거리인 반도체 산업의 투자는 지역의 발전을 넘어 국가의 경제적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적의 입지에 전략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