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 대신 ‘덜짠·덜단’ … 청소년 대상 ‘밥상 캠페인’ 힘쏟는다[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마라탕과 탕후루 등으로 인해 나트륨·당류 섭취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 식약처, 나트륨·당류 저감 정책 12년

영양성분 표시 확대 등 큰 성과
국민 나트륨 평균섭취량 36%↓

탕후루·마라탕 열풍, 건강 위협
‘저감 메뉴’ 개발 지원에도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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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 유해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단짠’(달고 짠)만큼 한국인들의 입맛을 끄는 것도 없다. 정부는 2012년부터 나트륨·당류 저감 정책을 강도 높게 펴고 있지만 1인 가구 확산에 따른 간편식 증가와 탕후루·마라탕·두바이 초콜릿 등과 같이 수시로 유행을 이끄는 식품들이 등장하면서 국민건강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달고 짠 음식이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먹고 보자’는 심리와 퍼지는 유행을 잡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1인 가구 증가로 늘고 있는 편의점 도시락과 각종 간편식 또한 나트륨·당류 섭취를 늘리는 요인이다.

나트륨·당류 식품의 유행은 상대적으로 건강해 해당 식품 섭취에 부담이 적은 학생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진다. 학생들의 간식 섭취를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식습관을 형성할 시기에 나트륨·당류 식품에 대한 노출 빈도가 높을수록 성인이 된 이후 나쁜 식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이 크다.

◇학생층 중심으로 증가하는 나트륨·당류 섭취=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정부가 2012년부터 ‘나트륨 저감화 종합계획’을 지속해서 편 결과 국민 하루 나트륨 평균 섭취량은 2011년 4831㎎에서 2022년 3074㎎으로 36.3% 급감했다.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 또한 2012년 하루 평균 44.7g에서 2022년 34.6g으로 줄어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나트륨·당류 저감 정책은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의 나트륨·당류 줄이기 △일상 속 나트륨·당류 줄이기 실천 유도 △나트륨·당류를 포함한 영양성분 표시 확대 등 크게 3가지다.

문제는 유행 식품에 민감한 학생층을 중심으로 당류 섭취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WHO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의 경우 1일 총열량의 10% 미만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전 국민 평균은 7.6%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여자 어린이(6~11세)의 경우 10.3%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여자 청소년(12~18세) 10.9%, 여자 청년(19~29세) 10.5%로 권고 기준을 넘겼다. 남자 청소년 또한 9.9%로 권고기준을 간신히 밑도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나트륨·당류 저감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지만 학생들을 중심으로 유행 식품에 대한 노출이 커 정책 대상을 보다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어릴 적 식습관은 건강문제로 이어지기 쉬운데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고교생 비만 유병률은 13.5%로 2021년(5.6%)의 2.4배 규모다.

정부의 나트륨·당류 저감 정책의 또 다른 복병은 최근 증가하는 배달·포장음식이다. 배달·포장음식이 전체 영양 섭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9.1%에서 2022년 13.0%로 크게 증가했다. 배달·포장음식 중 상당 부분이 가정식을 대신하는 치킨·피자 등인데 가정식에 비해 나트륨·당류가 높은 편이다.

◇편의점 식품·간편식에 든 나트륨·당류 줄인다=정부는 나트륨·당류 저감화 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이 식습관인 만큼 생활 실천 캠페인과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홍보를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는 민간 주도 건강 식생활 실천 문화 확산을 위해 2019년 11월 ‘저염·저당 실천본부’를 출범했으며 의료계·학계·산업계·언론·소비자 등 총 60명으로 구성해 나트륨·당류 저감정책 홍보와 건강식생활 실천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달고 짠 음식 섭취를 줄이기 위해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우수판매업소란 안전하고 위생적인 시설을 갖추고,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함유 식품 등을 판매하지 않는 곳을 의미한다.

식약처는 또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배달음식 증가로 나트륨·당류 섭취가 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지난해 가장 대표적인 배달음식으로 꼽히는 치킨에 대해 저감 메뉴 개발을 지원했다. 올해는 돈가스·떡볶이 등에 대해서도 저감 메뉴 개발 지원이 진행 중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함유된 영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올해 주요 치킨업체를 대상으로 나트륨 등의 영양정보를 자율 제공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식약처는 나트륨·당류 섭취를 꾸준히 줄이기 위해 일방소통식 캠페인 대신 참여형 캠페인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방향 정보 제공이 아닌 일반 국민의 참여를 유도해 정책 필요성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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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 나트륨 섭취 급증… 저감 표시 대상에 햄버거 등 추가

■ 식약처, 개정안 행정예고

아이스크림·도시락·건면 등
‘덜짠’ ‘당류 줄인’ 표시 가능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표시대상에 학생층을 비롯한 일반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햄버거와 빵류, 아이스크림, 건면 등이 추가된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표시 대상을 늘려 소비자와 업체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기존 국민의식 개선 캠페인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정부는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표시대상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은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의 평균값 대비 10% 또는 자사 유사제품 대비 25% 이상 나트륨·당류 함량을 줄인 건면, 도시락, 햄버거, 샌드위치, 아이스크림 등에 ‘덜 짠’ ‘당류 줄인’ 등의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1인 가구 중심으로 간편식을 통한 나트륨 섭취가 증가하고 여자 어린이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을 초과해 당류를 섭취하는 상황을 고려해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대상을 추가한 것이다. 식약처는 “향후 변화하는 식품 유통·소비·환경에 맞춰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있는 경우 다음 달 10일까지 제출할 수 있다.

식약처는 정책적 접근 외에 국민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도 병행할 계획이다. 식약처 주관으로 최근 열린 제13회 나트륨·당류 저감 요리경연대회에는 164팀이 참가 신청했으며 서류평가로 진행된 예선심사를 통과한 10팀이 본선 요리경연에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대회 본선 최우수작은 설탕 대신 콩가루·쑥 등을 사용해 당을 줄이고 풍미를 살린 다쿠아즈 디저트 ‘내 마음이 콩쑥콩쑥’을 만든 ‘저당했어요…심쿵’ 팀이 선정돼 식약처장상과 상금 200만 원을 받았다. 식약처는 경연대회에서 선정된 저감 메뉴·요리법 등을 책자로 제작·배포하고 교육·홍보자료로 활용해 국민참여형 식습관 개선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