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통합 본격 논의할 때[뉴스와 시각]

김성훈 전국부 차장

최근 충청권 4개 광역단체의 ‘메가시티’(광역생활경제권) 구축 노력에 속도가 붙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식이 전해졌다. ‘충청광역연합’이 연내 출범 준비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대전시·세종시·충북도·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5월 고시된 ‘충청지방정부연합 규약’이 최근 각 시도의회 의결로 개정됐다. 충청지방정부연합의 명칭을 충청광역연합으로 바꾸고, 사무처리 개시일을 ‘2024년 12월 31일 이내’로 정했다. 초광역 교통망 구축, 주요 산업 연계·육성, 국제 교류·협력, 지역인재 양성 등을 담당할 별도 행정기구와 연합의회도 설치한다. 연합의회는 총 16명으로 구성되고, 광역연합의 단체장은 4명의 시도지사 중에서 연합의회가 뽑는다.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 역시 ‘호남권 메가시티’ 조성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22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광주시청에서 호남권 3개 광역단체의 상생발전을 위한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 실무협의회’가 열렸다. △호남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메가시티 조성 △호남권 메가시티 고속도로 추진 △호남 관광문화 주간 공동개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경북도는 무산 위기에 처했던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22일 TK 행정통합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광역 정부의 통합과 지방 분권화는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역단위 행정통합은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시행된 바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2016년 지방행정 개혁으로 레지옹(한국의 광역지자체에 해당)을 22개에서 13개로 통합하고,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넘겼다. 그 결과 레지옹당 평균 인구는 300만 명에서 500만 명이 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고, 지역 간 격차도 완화됐다고 이 지사는 설명했다.

다수 광역단체장이 광역통합의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월 23일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한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대담에서 전국을 4개의 ‘강소국’으로 재편해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수도권·영남권·호남권·충청권 등 4개 초광역권으로 개편, 행정권한과 입법권한을 대거 넘겨주라는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난 10일 시도지사 정책콘퍼런스에서 “준연방제에 해당하는 권한과 예산의 자주권을 주는 쪽으로 개헌도 일어날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게다가 인구는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까지 감소하고 있다. 몇몇 공공기관을 이전한다고 지방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입증됐다. 광역통합은 기존 시도 경계를 넘어선 초광역단체를 꾸려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균형발전을 이뤄내기 위한 대안이다. 초광역화가 진전되면 시도지사 자리가 줄어들 수 있는데도 단체장들이 나서고 있다는 자체가 광역통합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보여준다. 중앙정부는 광역통합 논의를 적극 지원하고,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국회도 협조해야 한다. 특히, 지역구 의석 숫자 감소를 우려해 지방의 생존 위기를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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