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필요한 성과보상[뉴스와 시각]

이용권 산업부 차장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지난해 12명이 자퇴나 미등록 등으로 중도 탈락했다. 2025학년도 모집정원이 70명인 것을 감안하면, 정원의 17.1%나 되는 학생이 그만둔 셈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2019년에는 11명, 2020년과 2021년에도 각 8명, 2022년에도 5명이 그만뒀다. 해당 학과는 삼성전자 채용이 보장된 계약학과임에도 이탈자가 늘어난 것이다. 성균관대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채용을 연계한 연세대, 고려대 등 8개 계약학과에서 83명이 중도 탈락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러한 이공계 이탈 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수백조 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를 목표로 건설 중인 국가 프로젝트다. 반도체는 제조업 수출국인 한국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가 미래를 좌우할 사업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반도체 주도권을 놓고 대만, 미국과의 치열한 경쟁은 물론 중국의 거센 추격에서 버텨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클러스터는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각종 민원에 따른 건설 지연이나 전력과 용수 등 기반 시설 미비도 문제이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클러스터를 이끌 인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7년부터 가동이 목표인 SK하이닉스 클러스터에 필요한 인원이 3만 명에 달하고, 이 중 팹에 필요한 전문 인력만 1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2030년 삼성전자 클러스터도 문을 열면 필요한 인력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각 기업 주요 임원들이 대학을 찾아가는 등 인재 모시기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기업과 연계된 수많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인력 부족 현상은 더 심화할 수 있다.

의대 쏠림이 이공계 인재 유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결국은 보상이 핵심이다. 매년 3만∼4만 명의 이공계 학부생 및 석박사 인력이 처우가 좋은 해외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국내에 남는 인재들은 의대만 가려고 한다. 상당수 의사가 대기업 임직원보다 몇 배 이상 많은 소득을 올리기 때문이다.

보상 체계가 쇄신돼야 한다. 일한 만큼의 성과와 보상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기본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물론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웹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로보틱스 등 신기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들을 학벌과 무관하게 존중하고 보상해야 미래가 있다. 문제는 근로기준법에 맞춰 시급, 월급 등 시간만 때우면 급여를 받는 천편일률적인 임금체계에선 제아무리 실적이 좋은 대기업들도 성과에 맞춰 충분한 보상을 할 수가 없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근로시간이 생산성으로 이어졌던 단순 제조업 시대의 법과 제도는 첨단산업 시대에 맞춰 바꿔야 한다. 또, 국가 발전에 기여한 연구개발자는 정부가 나서서라도 파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 혁신이 필요한 첨단 기술 분야는 성과 보상이 더욱 필수다. 전쟁터가 된 글로벌 산업 경쟁 속에서 생존하려면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재부터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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