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약 3.1조 들여 자사주 공개매수 추진···MBK가 경영권 장악 시 고려아연 미래 없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최윤범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군’ 베인캐피털 협력, 18% 지분 확보 나서
"주식 전량 소각은 ‘불확실성 신속 수습’ 위한 결정"


고려아연은 2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에 맞서 회사 내부 자금, 글로벌 사모펀드 현금 등 약 3조1000억 원의 자본을 투입해 자기 주식 취득(자사주 매입)등으로 경영권 수호에 나서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대응 전략을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오전 이사회를 열어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 및 취득한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에 대한 안건을 결의했다.

고려아연은 이달 4일부터 23일까지 약 2조7000억 원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을 추진한다. 자기주식 공개매수 취득 예정 주식 수는 고려아연 전체 발행주식수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9009주로, 주당 매수가격은 83만 원이다. MBK·영풍 연합이 제시한 주식 공개매수 가격(주당 75만 원)보다 10.6%(8만 원) 높은 가격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 김상훈)는 이날 오전 영풍 측이 최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보유한 순현금 8000억 원,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마련한 4000억 원 등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이 가능해졌다.

이번 자사주 매입을 위한 공개매수는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과 공동으로 진행한다. 베인캐피탈은 이번 공개매수에 약 4300억 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발행주식수의 2.5%에 해당하는 51만7582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 예정인 총 주식수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18.0%인 총 372만6591주이며 전체 금액은 약 3조1000억 원이다.

주가는 오름세를 기록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장 중 저가 66만4000원에서 오후 4시 기준 7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고려아연 기자회견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조현덕 변호사.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적대적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빼앗는 경우 고려아연의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경우 결국 고려아연을 중국기업이든 누구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인에게 매각할 것"이라며 "영풍은 자신들의 우량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넘기려고 하는데,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가담해 이용당하고, 고려아연 지분을 헐값에 넘길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자사 지분을 1.85% 보유한 계열사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에 착수했다. 최윤범 회장과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도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영풍정밀 지분 393만7500주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3만 원으로 MBK가 내세운 주당 2만5000원보다 20%(5000원) 높다. 고려아연은 이번 대항공개매수로 영풍정밀 현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최대 25%(393만7500주)가량 늘어나면, 지분율을 기존 35.31%에서 최대 60.3%로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풍정밀 지분 1.85%는 의결권 약 3.7%를 확보하는 효과 등이 있는 만큼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영풍의 장형진 고문님과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사항들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허심탄회하게 상의 드리고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