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작의 관건도 기업 족쇄 철폐[포럼]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난 2일 정부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경제 회복을 위해 여러 가지 내수 진작 방안을 내놨다.

107조 원 규모의 민간 설비투자가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하반기에 총 8조 원의 공공기관 투자를 추가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업의 설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한시 도입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중소·중견 기업에 한해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투자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규제를 개선하고, 외국에서 시멘트를 수입하면 내륙 유통기지를 확보해 주며 항만 내 저장시설 설치 절차를 단축하기로 했다. 수익형 민자사업에 물가상승률 외에 공사비 상승분도 일부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서민·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상환유예 확대와 ‘김영란법’에 따른 선물 가액을 30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다행히 정부의 이번 내수 진작 방안은 정부가 공공기관 투자를 추가로 진행하겠다는 것을 제외하고 민간의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비교적 의미가 있으며, 민간의 시설투자를 유도하고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경제를 회복시키고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경제의 회복과 성장의 본질은 생산의 증가에 있다. 더 많고, 더 좋은 재화가 생산돼야 한다. 이러한 일을 하는 주체는 기업과 기업가다. 기업·기업가는 기술과 자원을 이용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면서 가치를 창출해 낸다. 그래서 경제를 회복시키고 성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기업과 기업가를 자유롭고 역동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기업 환경은 기업과 기업가가 자유롭고 역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업의 지배구조, 소유구조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기업규제 3법, 잘못이 없더라도 사업장 내 사고에 대해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지는 중대재해처벌법,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경직적이고 노조에 기울어진 노동법 등 기업·기업가의 활동을 옥죄는 규제가 너무 많다.

정부가 진정으로 경기를 회복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싶다면 이러한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내수 진작 정책보다는 기업과 기업가의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완화·철폐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 각종 세금을 인하 또는 폐지해야 한다. 국회 역시 이러한 일에 적극적이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기업 환경을 개선해야 경기가 회복되고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

일각에서는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 환경 개선 없이는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 기업 환경의 악화로 생산이 저조한 상태에서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올라 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소득 불평등과 부의 불평등이 심해진다. 더욱이 지금 서울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는 신중해야 한다. 금리 인하로 되레 경제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 경제회복과 경제성장을 이루는 정도는 기업과 기업가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기업 환경 개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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