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NS에 퍼지는 #물단식 #먹토… 1030 ‘섭식장애’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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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식사장애 여성 58% 급증
저체중 찬양·외모지상주의 원인

“회식만 한다고 하면 땀이 뻘뻘 나요.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면 언제나 회사 화장실에서 토를 해야 해 괴롭습니다.”

서울 직장인 서모(27) 씨는 3년 전부터 거식증을 앓고 있다. 대학 시절 마른 친구와 자신의 몸을 비교하다 다이어트 강박이 생긴 서 씨는 살을 빼기 위해 하루에 계란 한 개를 먹고, 몸무게를 1g이라도 줄이기 위해 설사약을 한 번에 10개씩 섭취하는 등 거식증에 시달렸다. 먹고 토하는 습관까지 더해지며 식도로 넘어온 위산 때문에 치아가 상하고 목소리까지 변했다. 서 씨는 1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식과 ‘1인분’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마른 몸’의 이상화, 외모지상주의 풍조가 심해지면서 서 씨와 같은 섭식장애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11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식사장애 등 진료실 인원’에 따르면 거식증·폭식증 등 섭식장애를 이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지난 2019년 3894명에서 2023년 6180명으로 5년간 58.7% 증가했다. 특히 사회적 시선에 예민한 청년세대인 10∼30대 섭식장애 환자 수는 지난해 3544명으로 전체 섭식장애 인원의 57.3%를 차지했다. 이들 중 93.3%는 여성이었다.

거식증이 젊은 여성들 사이 하나의 ‘문화’처럼 번진 것도 섭식장애 환자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SNS에는 ‘프로(Pro, 찬성)’와 ‘거식증(Anorexia)’을 합친 ‘프로아나’ 관련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anabuddy’(프로아나를 함께하는 친구)를 구하고 ‘#물단식’(물과 소금만 먹으며 하는 단식), ‘#먹토’(먹고 토하기) 등 잘못된 식습관을 인증하며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 남 의원은 “섭식장애가 문화로 확산하지 않도록 온라인 유해 콘텐츠를 제한하는‘온라인 안전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