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살릴 4가지 비상대책 펼칠 때다[포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어 금리 인하로 내수를 회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다 재정 건전성 때문에 재정 지출도 늘리기가 어렵다. 내수 침체 장기화는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 그리고 서민들의 고통을 크게 하고 대출 연체율을 높여서 금융 부실을 늘린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 인하 이후 내수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 당국의 후속 조치가 절실하다.

먼저, 생활물가를 낮춰야 한다. 통화 당국은 9월 물가상승률이 1.6%로 낮아지자 물가가 안정 국면에 들어갔다고 안심한다. 그러나 이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것일 뿐 이미 오른 농산물과 채소류 등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다. 여기에다 전셋값과 집값도 오르고 있다. 정책 당국은 수입을 확대하고 물류 유통 체제를 디지털화해 거래 비용을 줄여 농산물 가격을 낮춰야 한다. 또한, 농산물 가격과 외식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전기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 물가가 하향 조정되면 소비 여력이 커지면서 내수도 회복될 수 있다.

둘째, 건설 경기 회복도 내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건설 경기는 타 산업과 연관 효과가 크고 비숙련 노동자의 고용을 늘릴 수 있어 선진국도 내수 회복을 위해 이를 활용한다. 그러나 지금은 주택 가격 상승으로 건설 경기를 부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정책 당국은 신도시 등에 주택 공급을 늘리고 터널과 교량 등 서울로의 진입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건설 경기 부양으로 내수를 회복시키고 주택 가격을 낮춰야 한다.

셋째, 글로벌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최근 글로벌 온라인 유통기업들은 국제 항공 운송료를 면제해 주는 판매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을 비롯해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도 비슷한 전략을 쓴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되고 미국 국내 가격으로 상품을 살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온라인 유통업과 소상공인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해외 소비가 늘면서 내수가 침체되는 것이다.

넷째, 노동 관련 제도의 유연한 운용도 필요하다. 5인 이상 사업체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실시로 시내 대다수의 커피숍과 음식점은 9시면 가게 문을 닫기 때문에 오후 8시만 지나면 시내는 교통이 한산하다. 물가가 높아 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든 데 더해, 소비 시간마저 짧아지면서 우리 경제는 내수가 회복되기 어려운 구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노동 관련 제도를 좀 더 유연하게 운용해 내수와 고용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수출이 늘어나면서 올해 성장률은 2.5%로 연초 예상보다 높게 조정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낙수효과가 작아 내수는 당분간 되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가계부채 증가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로 한은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저금리보다는 중금리 기조로 금리정책이 운용되면서 내수 침체 지속이 우려된다. 이러한 경제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면 정책 당국은 내수 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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