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헌법서 평화통일·민족대단결 표현 삭제한듯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5일 경의선·동해선 일대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이 이틀 만인 17일 도로 및 철도 폭파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연합뉴스

■ 북한 헌법개정 사실 확인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을때
‘대한민국 완전 점령’ 포함된듯
남북 연결도로 폭파도 보도
“국경 영구적인 요새화 계속 ”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은 17일 최근 헌법 개정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뒷받침하는 어떤 내용을 개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초 지시한 대로 ‘통일’과 ‘민족’이 삭제되고 전쟁이 발발했을 땐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지시한 ‘새 국경선’도 이번 수정 헌법에 포함됐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도로가 폭파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에 의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존 헌법에 ‘대한민국이 북한의 주적’ ‘철저한 적대국가’라는 표현을 새로 삽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헌법 9조에 명시된 ‘공화국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내용도 삭제했을 것으로 보인다.

보도를 보면 국방성 대변인은 “폐쇄된 남부 국경을 영구적으로 요새화하기 위한 우리의 조치들은 계속 취해질 것”이라고도 했는데, 이때 ‘남부 국경’이 ‘헌법의 요구’에 따른 것인지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새 국경선’은 군사 분쟁으로 곧장 비화할 수 있는 만큼, 이번 헌법 개정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매우 추상적으로 표현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시한 바를 선택적으로 헌법에 반영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정확한 영토 경계를 제시하기보단 모호하게 밝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헌법 개정 9일 만에 뒤늦게 관련 내용을 언급한 것도 영토 조항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북한은 통상 개헌 수일 내에 중요 개정 내용을 밝혀왔는데 이번엔 뒤늦게 우회적으로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대한민국을 북한의 제1주적으로 규정한 내용을 최고인민회의가 끝난 뒤 김 위원장의 요구로 사후에 집어넣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정은이 연초 통일 조항 삭제, 남북관계 단절, 영토조항 해상국경선 명시 등 지시가 나온 뒤 10개월 동안 구체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건 북한 내부에 뭔가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평양 무인기 침투’ 사태를 빌미로 대남 공세를 통한 내부 결속에 주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적들은 전체 인민이 하나로 뭉친 우리의 일심단결을 제일 무서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노동신문은 이날 보도했다.

권승현 기자,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