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조있는 선비처럼 붓과 함께 늙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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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출신 임철순 서예가
31일부터 첫 개인전 열어

“제가 직접 지은 글을 쓴 것들이 있습니다. 특히 나를 스스로 얘기한다는 의미의 ‘자술(自述)’이란 작품은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감상을 한문으로 작문한 것이지요.”

임철순(71·사진) 서예가는 첫 서예 개인전 제목을 서문전(書文展)이라고 한 이유를 17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오는 31일부터 내달 6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담연 임철순 서문전’을 갖는다. 50년간 언론인으로 일한 그는 지난 2017년 선배들(권혁승·윤국병)과 함께 ‘언론동행 3인전’을 열기도 했다.

“늘 더 잘 쓰고 싶고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이 들어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오래전부터 관심을 뒀던 서예는 2012년 한국 현대 서단을 대표하는 하석 박원규 서예가에게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스승님의 지도와 도움이 없었다면 개인전도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이번에 선생님께 드리는 글도 직접 만들어 썼습니다. 김정희의 호가 추사·완당인데 월추사능완당, 추사를 건너 완당을 넘어 크게 되시라는 축원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선비를 생각한다’를 주제로 열리는 전시에는 ‘박세당-태보 부자전’ 등 50여 점이 출품된다. “공정과 정의가 실종되고 보편타당한 상식이 웃음거리가 돼버린 혼탁한 사회일수록 맑은 정신과 절조가 소중합니다. 그래서 주제를 이렇게 정하고, 우리 선인들의 좋은 시문을 골라 쓰기로 했습니다.”

서예협회 서울 초대작가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명사 초대 부문전에 2013년부터 6차례 출품하기도 한 그는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전시장에 걸리는 글씨 ‘偕書老與筆終(해서로여필종)’도 제가 만든 말입니다. 글과 더불어 늙고 붓과 함께 생을 마치겠다는 제 마음가짐이 담겨있지요.”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