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기초학력 저하와 교육격차 심화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 학습진단 치유센터 설치’를 1호 결재 안건으로 꼽았다고 한다. 일단 방향은 옳다. 올 예산만 13조 원에 이르는 막강한 행정 권한을 가진 서울 교육감은 대한민국 수도의 현장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 시절 정 교육감은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 전임자의 핵심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아무리 진보 성향을 가졌다 해도 다음을 숙고해 이념을 넘어서 사회 발전을 이끄는 서울교육이 이뤄지길 당부한다.
첫째, 학생들의 기초학력 증진과 개인별 역량에 맞는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그간 좌파 교육감들은 행복교육이니 ‘혁신’이니 하면서 학력 제고를 등한히 했다. 교육의 초석인 기초학력 증진에 실패하면 어떤 교육적 시도도 공허하다. 특히, 저소득층에 가장 좋은 선물은 기초학력 증진이다. 모든 아이가 4차 산업혁명 및 인공지능(AI) 혁명에 부응하는 역량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반(反)헌법적인 이념에 경도돼선 안 된다. ‘자유’를 뺀 민주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를 은근히 권장하는 교과서와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배격해야 한다. 이미 폐기된 학생인권조례가 부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초헌법적으로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등 법리상 문제를 지니는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갈등 대립과 함께 교권을 추락시키는 주된 요인이 돼 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문화일보 2023년 7월 24일 자 31면) 무엇보다도 교육 사안마저 친일 프레임을 씌워 반일 감정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
셋째, 교육 만능주의, 교육 근본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 만능주의는 거대한 사회기획 공학 시도로서 학생 개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교육을 이념의 도구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 또한, 교육 백년지계 등을 내세워 교육을 사회 제 영역과 고립시키는 근본주의를 차단해야 한다. 이전 교육감들이 수조 원에 이르는 지방교육재정 잉여금을 교육 관련 복지 예산으로 전용하지 못하도록 한 시도는 그 단적인 사례이다. 저출생으로 인해 폐교가 많은 상황이 교육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교육감은 폭넓은 교육적 사고를 지녀야 한다.
넷째, 지방자치 및 교육자치 취지에 맞도록 개별 단위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 교육청이 중앙정부로부터 자치권을 갖는 만큼 초·중등학교도 나름대로 교육을 펼 수 있는 자율권을 가져야 한다. 교육감은 학교장의 권한 행사 범위를 넓혀 주고 그에 따른 책임도 명백하게 규정해 학교마다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끝으로, 교원 임용 전형에 괴이한 성격의 소유자를 걸러내는 선발 방식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누가 봐도 정상을 벗어난 심성을 보유한 교사가 학교 현장에 꽤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심성과 언행이 포악무도해 상담 치료를 받아야 할 상담전공 교수가 상담을 가르쳐선 안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성이 망가진 교사에게 아이의 인성교육을 맡길 수는 없다. 임용 전권을 가진 교육감은 선발 전형에 심층 심리검사 결과를 반영해 현장 교육이 황폐화하는 사태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래 칼럼니스트, 前 부산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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