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된 친일귀속재산 되사간 친일파 후손들”…보훈부 “국민 정서 고려해 제도개선 검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5년 제정된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국가에 환수된 친일파 재산 일부가 친일파 후손들에게 도로 매각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진=MBC 뉴스 화면 캡처

보훈부 "국민 정서 및 수반되는 법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방안 검토"
친일환수재산 매각 확보 재원 독립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사용
野 이인영 "환수된 거물 친일파 땅 다시 후손에 수의계약으로 되사간 사례 12건"
보훈부 "서울현충원 임시 홈페이지, 친일 기록 의도적 삭제 아냐"

국가보훈부가 환수된 친일귀속재산을 친일파 후손들이 되사갔다는 비판 여론과 관련해 "제도개선을 검토해 환수 제도의 취지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수된 거물 친일파 땅이 다시 후손에 수의계약으로 되사간 사례가 12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친일파 고영희의 충남 예산 창고 용지 세 필지(1400㎡)가 고영희의 직계 후손이 공개 입찰도 아닌 수의 계약으로 7600만 원에 되사간 것으로 확인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친일파 신우선의 경기도 고양시 임야는 신우선의 17살 후손에게 수의 계약으로 400여만 원에 팔려, 몇 년 뒤 3700만 원에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친일 귀속재산 341건 중 최소 친일파 7명의 재산 12필지, 1만3000여 ㎡가 건물과 묘소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후손에게 다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친일 반민족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그걸로 인해서 형성된 재산은 국가가 환수하는게 마땅하다 이런 법의 취지하고는 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친일파 후손들이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귀속재산 관리의 실질적 책임을 가진 보훈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관련 보훈부는 "제도의 취지 및 친일귀속재산을 친일행위자 후손이 다시 구매하는 사례에 대한 국민 정서 및 수반되는 법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 다만, 현행 친일귀속재산 매각 관련 법률상으로는 매수자의 자격 요건 또는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내용이 없어, 친일행위자의 후손이라 하더라도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40조 제3항 14호는 국유재산으로 이용가치가 없으며, 국가 외의 자가 소유한 건물로 점유·사용되고 있는 국유지를 그 건물의 소유자에게 매각하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보훈부는 "해당 토지는 국가 환수 결정 이전부터 후손이 소유한 건물, 묘지 등이 토지에 존재해 그 건물 등의 소유자를 제외하면 해당 토지의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독립유공자 지원을 위한 재원확보 차원에서 매각한 사례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일환수재산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은 순국선열·애국지사 사업기금으로 편입돼 독립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보훈부는 "해당 매각 사례는, 대부분 친일재산환수 및 매각이 시작된 초기인 2010년 초반에 이뤄졌다"며 "해당 토지의 매각 가격 역시 관련 규정에 따라 감정평가에 기반한 적정가격으로 매각됐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토지 12필지의 매각 시점은 2010년 1필지, 2011년 7필지, 2014년 1필지, 2024년 3필지이다.

이와함께 보훈부는 지난 7월 24일 보훈부로 이관된 국립서울현충원의 임시 홈페이지에 친일 내역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선 "임시 홈페이지는 기본적인 메뉴로만 구축돼 이관 전의 모든 메뉴가 구현되지 못한 것으로, 친일 기록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보훈부는 서울현충원 공식 홈페이지 구축을 위해 조달청에 의뢰해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으며, 내년 상반기 중에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 홈페이지가 구축이 완료되면 우선 유족이 신청한 분들의 기록을 삭제 검토하고, 신청이 없는 유족의 경우에도 의견수렴과 법률 자문을 거쳐 친일 기록 삭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