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에 단체삭발식… 뒤숭숭한 경찰

■ 오늘 79주년 기념식… 내부 시끌

순찰차 ‘GPS 감시체계’ 등 반발
경찰직장협 9명 경찰청서 규탄대회
청장 탄핵 청원은 5만명 넘어서

조지호 “지역주민 눈과 귀 될 것”

14만 경찰이 생일과도 같은 ‘경찰의날’을 맞이한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선 오전과 오후 상반된 행사가 연이어 치러지게 됐다. 지역 지구대·파출소 경찰이 2시간 이상 정차 시 정차 사유 등을 보고하도록 하는 개선안에 반발해 현장 경찰관들이 ‘삭발식’에 나서면서다.

이날 오전 경찰청 안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79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이 열렸다. 파리올림픽 안전지원단으로 파견됐던 경찰관들이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했고, 전세 사기범과 딥페이크 성 착취범을 검거한 경찰관들이 애국가 제창을 선도했다. 간첩과 강력범을 검거하다 숨진 순직 경찰관을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기리는 시간도 이어졌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인사말에서 “대한민국 경찰은 영웅들이 걸어온 길을 거울삼아,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로 혼신을 다해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청장은 “무엇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경찰이 앞장서겠다”며 “지역주민의 눈과 귀가 되어 어둡고 위험한 곳을 살피고, 범죄와 사고 위험을 한발 앞서 제거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조 청장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경찰 내부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오후 경찰청 앞에선 현장 경찰관 9명이 단체 삭발에 나섰다. 8월 경남 하동에서 지적장애 여성이 순찰차 뒷좌석에 갇힌 채 숨진 일을 계기로 관리·감독이 강화됐는데, GPS까지 동원해 일선 경찰을 감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조 청장은 앞서 “순찰하는 차가 2시간 동안 안 움직이고 한 장소에 있는 걸 받아들이는 국민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이날 삭발식을 연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처벌 목적의 이중 감시 체계가 현장 경찰관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자존감과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의 기동순찰대 소속 A(47) 경감은 “GPS 감시는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며 “누가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같은 이유로 한 직협 소속 경찰관이 지난 7일 조 청장에 대한 탄핵을 요청하며 올린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약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대상이 됐다. 실제 탄핵소추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남는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터진 현장 경찰관의 압수물 횡령 사태는 ‘기강 해이’ 비판을 받았다. 국가수사본부는 오는 25일까지 전국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통합 증거물 관리 현황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김상운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도 개편을 밀어붙이기 전에 일선 직원 의견을 다양하게 들어야 하고, 일선에서도 탄핵이라는 정치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수뇌부를 압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재연·전수한·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