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비·노래·가사 어우러진 K-팝… 한번도 본 적 없는 ‘新 종합예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POP 원론’을 출간한 일본의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가 지난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한글 연구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

반세기 이르는 한국 가요사 정리
700쪽분량 ‘K-POP 원론’ 출간

“한국어와 영어·일어 섞어 쓰는
K-팝의 ‘복수 언어성’ 큰 매력”

“제가 처음 보고 감탄한 뮤직비디오는 엄정화의 ‘초대’였어요. 정말 걸작이라고 생각했죠.”

언어학자, 그것도 일본 국적 작가의 입에서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나온 ‘엄정화’라는 이름이 낯설다. 그것도 그의 대표곡인 ‘초대’의 가사와 뮤직비디오의 맥락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한 후 내놓은 감탄이다. 그러나 작가의 면면을 보면 이내 수긍이 간다. 지난 2010년 ‘한글의 탄생’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린 일본의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71)의 말이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외국어대 교수,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일본 국제교양대 객원교수 등을 역임한 노마 교수는 최근 ‘K-팝’에 푹 빠져있다. ‘한글’에서 ‘K-팝’ 그리고 ‘K-아트’까지 나아간 그의 관심은 총 700여 쪽에 걸쳐 1970년대부터 반세기에 가까운 한국의 가요사를 정리한 그의 최신작 ‘K-POP 원론’(연립서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책 출간을 맞아 한국을 찾은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노마 교수에게 K-팝은 단순히 음악이 아닌 “지금까지 지구상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갖춘 예술(K-아트)이다. 그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어우러지는 노래 그리고 가사는 하나의 종합예술”이라며 “K-팝은 주로 작품 그 자체보다는 작품과 관련된 미디어론, 연예론, 마케팅론 등 주변부를 논의하는 쪽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며 책을 집필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는 작품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종합예술’로서의 가치에 중점을 둔다. 그중에서도 그가 언어학자로서 주목한 K-팝의 요소는 ‘복수언어성’. 단순히 여러 가지 언어가 호응하도록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와 영어, 한국어와 일본어를 병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것은 K-팝만이 갖는 특징이다. 이를테면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Replay)’, (여자)아이들의 ‘화(火花·HWAA)’ 등의 곡 제목에서 두드러진다.

“이런 이야기는 문자로 기록된 언어로 짚어줘야 해요.” 그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자신이 책을 집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앞서 한글의 과학적 조형성을 ‘한글의 탄생’을 통해 극찬한 그는 이미 한 차례 책이라는 기록 언어가 등장한 이후 더 많은 담론이 형성되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우리가 말을 통해 쌓는 언어와 문자로 기록된 언어는 다르다”며 그는 “다시 한 번 책을 통해 확장될 K-팝에 대한 담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책 말미, 노마 교수는 지금의 K-팝, 나아가 K-아트가 “예고편 같은 것들이 조금씩 공개되어 있는 단계”라고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무렵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한국이 떠들썩한 와중에 그는 “이제 K-아트의 본편이 시작됐다”며 웃었다. “본편으로 가려면 확실한 자리매김이 필요한데 이번 수상이 바로 그런 순간이죠.”

책 집필을 위해 수많은 K-팝을 듣고 또 보았던 그에게 그중 가장 인상적인 아이돌 그룹을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영파씨도 훌륭하고…. 아이브의 ‘해야’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죠. 키스오브라이프도 최고고….” 연구로 시작했던 그의 K-팝에 대한 관심은 어느덧 애정이 돼 있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