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 식기세척기 ‘벌떼입찰’ 담합 의혹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육군 2군단 예하부대에 납품된 A기업 제조 식기세척기. 입찰 참가 계약업체와의 담합 의혹을 제기한 고발장이 접수돼 국방부 조사본부 등이 수사 중에 있다. 김병주 의원실 제공

국감 자료… 군·경찰도 수사 중
가족 명의 유령회사까지 등록

군 부대 식기세척기 임차 용역을 따내기 위해 가족 친지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온 군납업체 담합행위가 발각돼 국방부 조사본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과 군 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이들은 일부 제조사가 임대업체들에 여러 개의 공급 확약서를 발급할 수 있다는 허점을 활용해 담합행위를 했다.

예를 들어 식기세척기 제조사 A기업이 여러 개의 공급확약서를 여러 임대업체에 발급해 누가 낙찰되든 동일한 제조업체 제품을 납품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식기세척기 공급은 A기업, 식기세척기에 쓰이는 세제는 공범인 B사가 독점체제를 형성했다.

임대업체 C사는 자신과 배우자·가족 명의 복수 회사를 설립해 육군 2군단·1사단·25사단을 대상으로 한 입찰에 무더기로 참여했다. A사와 C사는 서로 짜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격심사 순위까지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족을 동원한 1순위 업체가 고의로 심사를 포기하고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차순위 업체가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방식이다. 비공개 수의계약은 보통 예산대비 90~95%로 계약하는 관행을 깨고 100%로 비싸게 계약했다. 육군 50사단 입찰은 임대업체들이 오전 2시에 일제히 입찰하는 ‘벌떼 입찰’도 벌어졌다.

이러한 입찰 담합이 가능했던 것은 국군재정관리단이 2017년 발생한 군부대 식기세척기 임차용역 때 벌어진 담합에 의한 입찰방해 사건을 계기로 담합을 막기 위해 ‘제조사 1개 업체와 그로부터 공급확약서를 받은 1개 임대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규정을 특정 업체들 민원에 따라 2022년 완화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 측은 “공급확약서를 받은 여러 임대업체가 모두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 조건을 완화하면서 군이 아무 방지장치 없이 규제 완화로 인한 담합 입찰 비리가 재발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