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본질은 소비자 복지다[시평]

김도훈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前 산업연구원장

티메프 사태에 딥페이크 겹쳐
惡의 화신처럼 매도된 플랫폼
대규모유통업法 개정도 발의

비난 받을 행태 수두룩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 연결이 본업
규제하더라도 순기능 살려야

다시 플랫폼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 단체, 정부 그리고 언론에 이르기까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으며 결국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이라는 족쇄가 채워지게 됐다. 정부를 대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6일 중개 수익 1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 규모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유통업자(플랫폼이 주 타깃)들의 정산 기한을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로 타이트하게 정하고, 판매 대금의 절반을 은행에 예치해 별도 관리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안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플랫폼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지난 7월 티몬·위메프가 입점한 업체들에 치러야 할 대금을 정산하지 못하면서 촉발됐다. 제3자인 정부나 정치권, 언론들에는 거의 공짜로 수수료를 챙기기만 하던 플랫폼들이 애써 물건을 만들거나 수집해 납품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대금을 떼어먹는 듯한 모습으로 비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촉발된 플랫폼에 대한 비판은 날로 심해져 플랫폼, 특히 거대 플랫폼으로 번져 나갔다. 구글·애플·아마존 등 외국계는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들도 음란물, 폭력적 영상 등을 실어 나르며 그들의 공짜 수수료를 늘리는가 하면, 심지어는 범죄행위, 사기와 연루된 영상들도 여과 장치 없이 수익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나아가 외국계 거대 플랫폼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막상 세금은 국내 플랫폼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게 내 조세 회피의 의심까지 받게 됐다.

더욱이, 새로운 무기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을 발전시키면서 딥페이크를 활용한 거짓 정보를 양산할 가능성까지 의심받게 됐으니 이들 거대 플랫폼이 악의 화신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이미 유럽연합(EU)에서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을 개정해 거대 플랫폼 7개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의 독점행위를 강력히 규제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EU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모든 움직임을 보면서 필자는 플랫폼과 관련한 시각에서 가장 중요한 한 요소가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소비자들의 만족 즉, 소비자들의 복지(welfare)이다.

기실 플랫폼은 서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은 소규모 생산자들, 그리고 크리에이터들과 소비자들을 원활하게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국에서 거대 공기업에 눌려 홀대받던 소기업들을 중국은 물론 세계 비즈니스 계에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일약 주목을 받게 된 알리바바이다. 중국과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그동안 숨어 있던 질 좋고 값싼 제품들을 쉽게 구매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유튜브, 틱톡 등은 가려 있던 지구촌 곳곳의 정보를 세계인 모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플랫폼에 대한 논란을 촉발했던 ‘티메프 사태’의 배경에도 알리 익스프레스 등의 중국 플랫폼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이 값싼 중국 제품들로 옮겨가는 현상이 있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들의 복지가 무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먼 산지로부터 소비자들의 안방까지 물품과 서비스를 옮겨주는 유통과 물류의 역할을 폄훼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과거부터 농산물 산지에서의 수집 가격과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가격의 차이를 ‘폭리’로 매도하면서 유통업자들을 홀대해 왔던 것이다.

그런 여파일까? 지금은 플랫폼들이 전통 유통업자들과 경쟁하거나 그들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먹던 욕을 모두 뒤집어쓰기 시작한 셈이다. 게다가 이들은 전통 유통업자들이 갖지 못했던 신무기들 즉, 인터넷을 통한 쉬운 공유경제와 가공할 만한 AI를 장착해 소비자들의 선호에 발 빠르게 맞추며 전통 유통업자들을 시장에서 밀어내면서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됐다.

그렇지만 소비자, 즉 국민의 복지가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한다. 향후 플랫폼에 관한 정치 사회적 논의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 플랫폼의 역기능과 순기능에 대해 좀 더 균형 있는 시각이 갖춰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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