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예산안 국회시정연설 불참 가능성… ‘11년 관행’ 깨지나

내달 4일 한덕수가 대독할 수도
‘김건희 규탄’ 민주 집회 예정에 불만

윤석열 대통령이 2025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직접 하지 않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도 예산안부터 2024년도 예산안까지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해왔지만, 여야의 극한 정쟁이 계속되면서 이 관행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다음 달 4일 국회에서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진행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023년도 예산안과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당시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국회 본회의에 불참했다.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회로 들어설 때 ‘국정 기조 전환’ ‘국민을 두려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대통령이 직접 매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관례는 박근혜 정부부터 자리 잡았다. 이명박 정부까지는 대부분 취임 첫해에만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하고, 그 이후에는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와 다르게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전 4년 임기 내내 직접 국회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며 국회를 향해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5년 연속 직접 본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총리가 대독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배경에는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민주당의 ‘김건희 국정농단 범국민 규탄대회’가 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당 지도부, 국회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지역위원회 당원 등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 집회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참여할 예정으로 여야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국회에 가면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야당이 면전에 대고 시위를 하고, 어떤 의원은 ‘살인자’라고까지 퍼붓는데 이런 곳에 왜 대통령이 가야 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