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반대에도… 이 ‘팔 난민기구 활동금지’ 法통과

가자휴전 논의도 동력 잃어

이스라엘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두 달 만에 재개된 가자전쟁 휴전 논의도 하루 만에 동력을 잃을 조짐을 보이면서 가자지구 무력 충돌 심화와 인도주의 상황 악화가 우려된다.

2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이날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영토’ 내에서의 UNRWA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 2개를 각각 찬성 87 대 반대 9, 찬성 92 대 반대 10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이스라엘 공무원들과 UNRWA의 모든 접촉을 금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UNRWA가 이스라엘군 통제하에 있는 국경을 넘어 팔레스타인으로 진입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원천 봉쇄된 것이다. 집권 여당 리쿠드당의 율리 에델스타인 의원은 “테러조직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UNRWA 사이에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사회는 UNRWA의 활동 중단이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재앙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1차 중동전쟁 직후인 1948년 유엔에 의해 설립된 UNRWA가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교육, 보건, 연료 배급 등 필수 서비스를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 직후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 측에 “해당 법안의 효력을 즉각 중지하고 법안 통과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법안이) 재앙적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전날 카타르 수도 도하 등에서 진행된 가자전쟁 휴전 논의도 좌초될 조짐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비공개 여당 의원 모임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신와르 제거 후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신와르의 후계자들이 더 강경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비관론’을 내놨다. 또 그는 이집트가 전날 공개한 ‘미니 휴전안’에 대해서도 “제안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