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堪忍待’ 앞서 尹이 할 일[뉴스와 시각]

손기은 정치부 차장

10월이 ‘김건희의 달’이었다면 11월은 ‘이재명의 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15일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놓는다. 25일엔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두 개의 1심’ 중 적어도 하나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9월, 이 대표를 “지옥 문턱에서 구해줬다”는 평가를 받는 유창훈 부장판사도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야권은 1심 결과와 상관없이 ‘1심 무효, 사법정의 구현 대상은 김건희’ 논리로 총공세에 나설 것이다. 탄핵으로 가는 야권의 익숙한 공식이다.

문제는 이재명의 달을 맞는 여권 자세다. 여권 양대 축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이 보기에 한심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 대표는 윤·한 면담 직전까지 언론에 김 여사에 대한 3대 요구로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면담 직전에는 여야 당 대표 회담 개최 사실을 알리며 대통령이 고립되는 모양을 만들었다. 한 대표 맞은편에 윤 대통령이 앉아 있었지만, 한 대표는 애초 윤 대통령과 대화할 생각이 없었을 수 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자신의 쇄신 요구가 언론에 ‘노출’되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만 바라봤다. 3대 요구 수용이 어려운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했고, “당에서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고까지 했다. 화가 난 국민 여론을 살피는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한의 눈높이’에 맞춰 그를 다독이는 메시지만 발신한 셈이 됐다.

여론은 대체로 한 대표 편이다. 그의 이슈 제기 방식이 불편할 뿐, 문제 해결 주체는 대통령이라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지금, 지지율 20% 대통령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윤 대통령은 3단계 국정 쇄신 조치를 내놔야 한다. ①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인식을 솔직히 말하고, 김 여사 공개 활동 중단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보다 김 여사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②김 여사는 11월 초 제2부속실 출범에 맞춰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직접 사과하는 게 좋다. 계기가 있으니 어색한 모양새는 아니다. ③중·대폭의 개각이 필요하다. 한 대표의 실체가 불분명한 ‘비선 라인’에 대한 인사가 아니라, 지지율 20% 성적표를 준 국민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담긴 개각이다.

이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은 특검을 말할 것이다. 특검은 수사 행위라기보다 정치 행위에 가깝다. 검찰 수사를 보완하기보다 새로운 죄를 만드는 데 열중한다. ‘성난 여론’은 특검 대변인의 일일 수사 브리핑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거짓의 프레임’에 극도로 취약해진다. 이 파도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서 그치지 않고, 당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한 대표도 덮칠 수 있다. 여권 공멸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부산 범어사에서 ‘감인대(堪忍待·견디고 참고 기다리라)’ 글귀가 적힌 액자를 받아 왔다. 견디며 때를 보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무언가를 적시에 행한 뒤 기다리는 게 바른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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