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이차전지 · 인천 반도체… 지역산업 딱 맞춘 특성화고 뜬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교육부로부터 협약형 특성화고로 선정된 경북 포항시 포항흥해공업고 학생들이 설비보전기능사 국가기술자격증을 따기 위해 실기 시험을 준비 중인 모습. 포항흥해공업고가 내년부터 이차전지 중심 특성화고로 개편되면서 학생들은 학교가 대학·기업과 함께 마련한 이차전지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포항흥해공업고 제공

■ 교육청·지자체·기업·대학 함께 키우는 ‘협약형 특성화고’

취업률·지역정주 제고 목표로
산학융합 교육 마련… 학생 몰려

포항흥해공고 “235명 채용약정”
인천반도체고, 교명 바꾸며 개편

교육부 “특성화고 재도약의 기회”
내년 본격 운영 앞 ‘비전 선포식’
尹대통령 “지역 발전의 출발점”

“‘협약형 특성화고’로 선정된 뒤 이차전지 특화 교육과정을 지역 기업·4개 대학과 함께 개발 중이고,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산업체와 235명에 대한 채용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학교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지난달 실시한 특별전형에 정원 이상의 지원자가 몰려 2019년도 이후 5년 만에 신입생 모집 미달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유일의 이차전지 특성화고’를 내걸고 지난 5월 협약형 특성화고로 선정된 경북 포항시 포항흥해공업고는 내년 신입생 맞이에 분주하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교육부 주최 ‘2024년 협약형 특성화고 공동 비전 선포식’에서 만난 최영호 포항흥해공업고 교장은 협약형 특성화고 선정을 계기로 학교의 전기·전자·기계 기반을 이차전지 중심으로 바꾸는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약형 특성화고는 지방자치단체-교육청-지역기업-학교 등이 협약을 맺어 특성화고 학생들을 지역산업 인재로 양성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돕는 체제다.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교육청이 행·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면 지자체가 다양한 정책 사업과 연계하고 기업은 현장실습과 채용을, 대학은 심화 및 연계 교육과정과 후진학 트랙 운영을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이 분담된다. 5월 교육부가 선정한 9개 지역 10개 협약형 특성화고는 올해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연합체별로 향후 최대 5년간 45억 원의 특별교부금도 교육부로부터 지원받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2024년 협약형 특성화고 공동 비전 선포식’. 문호남 기자

각 학교는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춰 교육과정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항흥해공업고가 이차전지 중심 특성화고를 내건 것도 지난해 포항시가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선정되면서 2030년까지 신규인력이 7200명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역인재 수요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포항흥해공업고는 현재 4개과를 내년 이차전지 관련 3개과(이차전지 기계설비·이차전지 전기설비과·이차전지 시스템제어과) 체제로 바꿀 예정이다. 관내 대학 및 기업과 협력해 ‘이차전지 공통 전공(30%)+세부 전공(70%)’으로 구성된 교육과정도 준비 중이다. 포항시 첨단배터리산업과 및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과 연계해 특화 연수 프로그램(30시간) 커리큘럼도 마련했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지역 내 선도 기업들과는 235명 규모 채용 협약을 맺어 졸업생을 지역 일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최 교장은 “취업한 학생이 대학 직업교육과정을 이수할 때마다 한 학기 기준 대학 50만 원, 취업산업체 50만 원, 지자체 50만 원의 정주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 상황이 관내 중학교 학생·학부모들에게 알려지면서 10월 31일 입학 정원 80%를 선발하는 특별전형에서 112명 정원에 177명이 지원해 1.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비전선포식 행사장을 빼곡하게 채운 협약형 특성화고 및 유관기관 관계자 200여 명은 학교가 지역 내 협약기관과 협업해 추진하고 있는 변화 노력을 공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면 축사에서 “협약형 특성화고는 우수한 기술 인재들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주하며 지역을 발전시키는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협약형 특성화고 출범을 계기로 학생 모집 및 취업률 하락으로 고전하는 특성화고가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특성화고를 포함해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등의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률이 4월 기준 55.3%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0.4%포인트 감소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협약형 특성화고로 선정된 인천반도체고가 지난 4월 개관한 반도체융합교육센터 내 제어요소기술실. 인천반도체고 제공

인천시 인천반도체고는 협약형 특성화고로 내년 출범을 앞두고 교육과정은 물론, 교명까지 바꾸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학교 중 하나다. 인천시의 경우 6대 집중 육성 전략산업으로 반도체 분야가 포함돼 있고, 7년간 수출 품목 1위라는 점에서 관련 인재 양성 요구가 컸다. 이러한 지역 수요를 고려해 인천반도체고는 3월 1일 자로 인천정보과학고였던 교명을 변경했고, 정보기술(IT) 계열 학과도 반도체 계열 학과로 전면 개편했다. 내년부터는 반도체소프트웨어과·반도체장비과·반도체설계과·반도체공정과에서 신입생들을 맞게 된다. 반도체융합교육센터를 개관하고 교사동도 리모델링 하는 등 시설 확충 역시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1일 만난 이혁수 인천반도체고 교감은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공약에 따라 반도체고로의 전환 설립을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다며 협약형 특성화고 선정을 계기로 지역 산업체들과의 연계를 더 강화해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학교에서 키울 수 있도록 국가기술자격 2개 이상, 정보화 자격증 1개 이상 취득 등을 골자로 한 ‘반도체 TALENT 인증제 프로그램’도 도입하기로 한 상태다. 인천시는 인천반도체포럼 등을 운영하면서 지역 내 반도체사업 활성화를 전방위로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인천반도체고를 자율학교로 지정해 교원 정원 확대, 행정 업무 경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교감은 “인천시에 글로벌 앵커 기업을 포함한 반도체 기업 120여 개가 포진돼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취업 및 정주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