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호 의협 비대위 ‘전공의 수렴청정’ 우려

박단 공개지지 업고 당선된 뒤
“정부가 시한폭탄 멈춰야 대화”
전공의 요구 적극 수용하는 등
강경대응 예고속 갈등 길어질듯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에 전공의들이 공개 지지했던 박형욱(사진)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선출되면서 의협 비대위가 전공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대정부 투쟁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임현택 전 의협 회장 탄핵을 끌어낸 데 이어 비대위원장 선출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졌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전날 온라인투표에서 유효투표 수 233표 중 123표(52.79%)를 얻어 당선됐다. 임기는 내년 초 차기 회장 선출 전까지다. 박 비대위원장은 단국대 의대 교수로 예방의학 전문의 겸 변호사다. 그동안 대전협과 계속 소통해 왔으며 출마 결심도 대전협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에서 “정부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없어 현 ‘의료 농단’ 사태는 신속히 해결되기 어렵다”며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 놨고,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이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들이 돌아갈 수 있게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며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국민은 의료 파탄에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당선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전공의들의 지지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을 한 박단 비대위원장은 전날 SNS에 “박 부회장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 선출로 당분간 의협의 투쟁 기조는 이전보다 강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박 비대위원장 자신도 의정 갈등에 대해 강경론자로 분류되는 데다 당선 직후부터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전공의·의대생과의 공조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강경파였던 임 전 회장이 탄핵되면서 일부에서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탄력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순탄치 않으리라고 전망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강경파 전공의들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만큼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의협 비대위가 전공의 복귀 전제 조건으로 ‘의대 증원 백지화’를 계속 고수할 가능성도 커 당분간 의정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