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잎과 함께 설탕에 절인 포도알… 스테이크 가니시로 그만[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찻잎과 레몬즙, 설탕을 더해 자작하게 끓여 낸 샤인 머스캣 절임.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샤인 머스캣 절임

샤인 머스캣이라는 포도 품종을 좋아하시나요. 샤인 머스캣은 20세기 초 일본에서 다양한 포도를 교배해 개발한 품종으로 높은 당도의 달콤한 맛이 강조되고 탄탄한 조직감이 특징입니다. 게다가 씨가 없어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습니다. 한국에는 2019년부터 들어와 경북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었습니다. 품종적인 희소성과 재배 면적의 한계로 송이당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작물로 분류돼 너도나도 농작을 시작, 지금은 과거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쉽게 구입이 가능해진 포도 품종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품종의 보호 장치가 없이 너도나도 농작을 시작함으로써 과생산되고 유통이 일원화되지 못해 점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생산적인 문제도 발견됩니다. 소비자들은 더 쉽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상태이지만 농부들에게는 아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침 선물로 들어오는 샤인 머스캣을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고민해보다가 디저트가 아닌 요리의 맛을 북돋는 역할로 사고의 전환을 꾀해 보았습니다. 양식 요리에서 과일을 사용하는 조리법들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당도가 높아 원물 자체로만 먹어도 맛있는 과일을 발사믹 비니거, 화이트 비니거 등의 새콤한 향과 맛을 덧입혀 졸여내면 좋은 샐러드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고기나 생선 요리에 곁들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주로 토마토를 구매하는 어느 농장은 6년 전부터 포도나무를 심고, 겨울에는 호밀을 뿌리고, 여름에는 다양한 풀이 자라도록 놓아두었습니다. 땅이 가져야 할 힘을 심어주는 이런 작업을 통해 자연스레 유기물이 살아있는 땅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올해 샤인 머스캣과 마이하트, 바이올렛킹, 골드스위트, 스텔라 등의 품종을 수확했다는 소식과 함께 샤인 머스캣을 ‘생식용’이 아닌 ‘요리용’으로 조리하기를 제안받았습니다.

제초제나 방부제 없이 자연의 보살핌만으로 성장한 맛이라 당도가 부풀려지지 않아 요리했을 때 표현되는 단맛과 어우러지는 조화로움이 보다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샤인 머스캣을 그 자체대로 살짝 얼려 먹거나 젤리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저는 비니거가 아닌 찻잎을 더해 함께 낮은 온도로 가열해 요거트나 부라타 치즈, 프렌치 토스트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샤인 머스캣 절임을 해 보았습니다.

설탕과 레몬의 산미를 더하는 것도 필요한 작업이지만 강한 타닌감을 가진 홍차와 어울려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차는 열을 가할수록 색이 어두워지고 떫은맛이 도드라진다는 단점을 고려해 진한 계화향이 가미된 홍차를 짧게 가열하는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금목서의 꽃, 계화를 더한 홍차와 물, 레몬 1개의 즙 그리고 자일로스 설탕을 더해 ‘자박하게’ 냄비에 채우고 5분 정도만 끓여 과실이 반 정도 익어 껍질을 터트리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식혀둡니다. 보관용기에 옮겨 냉장 보관하면 3∼4일 새 금세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맛과 향이 좋습니다. 다만 완성된 절임의 당도가 높은 편에 속해 하루에 10알 정도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는데 당뇨인들은 혈당 수치가 쉽게 올라갈 정도로 높으니 섭취에 주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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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라타 치즈나 요거트처럼 다양한 맛들을 껴안을 수 있는 재료들과의 조화도 좋지만 저는 잘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의 곁에 가니시처럼 더해주니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미 아는 맛을 더욱 색다르고 즐겁게 먹는 법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제게는 무척 재미있는 도전입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도전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재료:샤인 머스캣 2송이, 물 800㎖, 계화홍차 (없으면 가향홍차) 2큰술, 자일로스 설탕 또는 백설탕 5큰술, 레몬 1개 분량의 과즙

과정:세척한 샤인 머스캣 과육을 떼어 준비한 후 나머지 재료를 넣고 중불에 5분 정도 짧게 끓인다. 식혀서 냉장 보관.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