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쓰러진 뒤 소중함 깨달아… 무뚝뚝한 딸이라 죄송해요[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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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초록우산 회장賞 - 김라희 숭덕여고 학생

아빠에게

아빠,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마지막에 본 것처럼 지금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이 편지를 아빠에게 쓰게 된 건 아빠한테 정말로 감사해서예요.

중간고사가 끝나고 아빠가 쓰러졌다는 소식은 17년 인생에서 들었던 말 중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어요. ‘그렇게 끙끙 앓다가 결국 입원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잠겨서 어색하게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네요. 사실 얼마 안 가서 아빠가 집에 언제나처럼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요. 언제나 그랬던 아빠니까! 그런데 그 시간이 일주일이 되고, 2주가 되고, 3주째까지 되니 제 불안한 마음이 숨겨지지 않더라고요. 오며 가며 아빠 차 타고 등하교하고, 난 다른 애들이랑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완전히 박살 났지 뭐예요. 아침에 죽어라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고 버스에서 단어 외우고 정거장을 놓칠까 봐 졸지도 못할 때 아빠가 간절하게 보고 싶었고, 또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었나를 깨달았어요.

그런데 그런 아빠가 차를 태워줄 때 웃음 지은 적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5분만 늦어도 아빠에게 불평불만, 잠깐 어디 들러서 아빠가 “뭐 좀 사가자” 하면 한숨만 푹푹 쉬던 제 모습이 너무 후회되더라고요. 하루하루 엄마에게 아빠 소식을 전해 들으며 집으로 걸어올 때 그 늦은 밤거리에서 안 운 날이 없네요. 그러면서 든 생각이 ‘제가 아무 생각 없이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빠는 몇 년을 지금의 나처럼 사셨을까’였어요. 내가 웃을 수 있도록 아빠는 속으로 얼마나 울었을까를 생각하니 정말 거울도 쳐다보기가 싫어지더라고요.

아빠, 늦었더라도 지금까지 아빠 존재의 소중함을 모르고 무턱대고 굴었던 것 죄송해요. 아빠가 없으니 그제야 깨닫는 이기적인 사람이어서도 죄송해요. 고등학교에 들어와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방에서 혼자 울 때 안아주신 걸 기억해요.

아빠 퇴원이 계속 늦어진다고 할 때마다 심장이 철렁철렁해요. 정말 아빠가 건강하게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립니다. 우리 가족 다들 혼자서 그만 울고, 다 같이 모여서 웃는 날이 오길 기도합니다. 열심히 공부하며 기다릴게요. 지금의 눈물이 헛되지 않길 바라요. 아빠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아빠 둘째 딸 라희가-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