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킬듯한 포효, 벌써 그립다… 잘가요, 나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이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8강전 1단식에서 포인트를 얻은 뒤 포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데이비스컵 단식 8강 0-2 패
‘흙신’으로 마지막 경기 마쳐
“끝낼 때가 됐다” 작별 인사
메이저 22차례 우승 대기록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다.

스페인은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남자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세계랭킹이 154위까지 떨어진 나달은 1단식에 출전했으나 80위 보틱 판더잔출프에게 0-2(4-6, 4-6)로 졌다.

1986년생인 나달은 이제 코트를 떠난다. 나달은 이번 데이비스컵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고, 스페인은 8강전에서 탈락했다.

나달은 경기 직후 “데이비스컵 첫 경기에서 패했고, 마지막 경기에서도 패했다”며 “끝낼 때가 됐다”고 밝혔다. 나달은 데이비스컵에 2004년 데뷔했고 첫 경기에서 패한 뒤 29연승을 달리다 이번에 1패를 추가했다.

나달은 메이저대회에서 22차례 정상에 올라 이 부문 남자테니스 역대 2위다.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통산 우승은 92차례나 된다. 나달은 “타이틀을 많이 획득한 훌륭한 선수가 아니라, 마요르카의 작은 마을 출신인 됨됨이가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어릴 적에 꿈을 키웠고, 다행스럽게 그 꿈 이상을 이뤘다”고 말했다. 마요르카는 나달의 고향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1500명의 관중은 나달의 애칭 ‘라파’를 연호했다. 마지막으로 나달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기에 이날 입장권 가격은 2만3500달러(약 350만 원)까지 치솟았다.

나달은 ‘흙신’으로 통한다. 클레이코트에선 적수가 없었으며 프랑스오픈에서 14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008 베이징올림픽 단식 금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나달은 고관절 부상으로 지난해를 거의 통째로 쉬었고 올해는 데이비스컵 전까지 7번 경기를 치렀다. 지난 7월 2024 파리올림픽 이후 이번이 첫 출전이다. 나달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대표팀에 승리를 안기지 못했다”면서 “많은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나달의 라이벌이자 2022년 은퇴한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SNS에 “내가 당신(나달)을 이긴 것보다 당신이 나를 이긴 적이 더 많았다”며 “특히 클레이코트에서는 너무 강한 상대였고, 당신을 이기기 위해 더 치열하게 노력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준호 선임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