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추격 ‘발등의불’인데… 기업들 ‘발목’ 잡는 민주

상법개정 강행 방침 고수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방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이 한국경제의 중추인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K-반도체 경쟁력을 퇴보시킬 수 있다”는 업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 입법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지난 19일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총회를 거쳐 정책위 차원에서 도출된 만큼 향후 이 부의장 안을 토대로 본격적인 입법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 일반 주주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업계는 중국발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까지 단행될 경우 한국경제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실제 입법되면, 이사를 대상으로 한 주주들의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1983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진출 선언 이후 1987년까지 1400억 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다는데, 만약 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이 남발했다면 현재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산업을 통으로 중국에 내주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은 경영 부담을 덜어줄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 처벌법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국무역협회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만약 (주 52시간) 제도 때문에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준이면 엄격히 제한해서 추가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당내 노동계 쪽 입장을 들어보면 현재 있는 제도로도 충분히 대책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훈·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