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집회에 경찰력 낭비… 치안 공백 우려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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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시끄러워서 일을 못 하겠어요. 관(棺)까지 들고나와 시위를 하는 건 너무 폭력적이지 않나요.”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의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 집회’가 열린 20일 오후, 서울역 현장에서 만난 인근 회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전국농민대회를 겸해 열린 집회엔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얼굴 사진을 붙인 허수아비까지 등장했다.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하려던 시위대가 서울역 인근에서 해산 통고를 받자 한 참가자는 “상(喪) 주인공은 윤석열이고, 상 끝내고 나면 원래 불태우는 것 아니냐”며 관에 불을 붙이기까지 했다. 참가자 일부는 집회 현장에서 소주, 막걸리 등을 놓고 술판을 벌였다.

같은 시각, 서울 일선 경찰서는 한산했다. 기동대 경력에 더해 일선서 경찰까지 총 7000여 명이 집회 현장에 동원되면서다. 앞선 9일 1차 총궐기에서 집회 참가자 11명이 경찰 폭행 등으로 현행범 체포되고, 경찰관 105명이 부상을 입으면서 긴장 수위가 한층 올라갔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 경찰관은 “경찰서 인력의 3분의 1 정도가 차출되면서 남은 사람들에게 일이 몰려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서 경찰관은 “경비과뿐만 아니라 형사·수사과 등에서도 수십 명이 차출됐다”고 전했다. 한 경찰관은 “심적 부담이 크지만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법행위와 폭력으로 변질한 집회·시위 문화가 교통난과 소음은 물론, 일선서 치안 공백마저 유발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일반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1차 총궐기와 달리 이날은 다행히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다음 달 7일 더 큰 규모의 3차 총궐기를 예고했다. “경찰을 압도할 수 있는 병력을 모아서 와야 한다. 다시 투쟁 태세를 갖추기 위해 오늘은 이만 해산하자.” 집회를 마치며 전농 대표가 한 말이다. 후진적인 집회·시위 문화와 행태를 바꾸지 못한다면 규모가 크다고 시민의 호응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조재연 사회부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