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도 안묻고 ‘처방 1분컷’… 위고비 오남용 현실로

■ 출시 한달… 비대면 처방 받아보니

투약이력·알레르기 여부만 물어
비만치료 대신 ‘미용’ 목적 만연
구토·설사 등 부작용 사례 확인

온라인 불법판매 실태 곧 발표

“‘위고비’ 맞아본 적 있으세요? (처방은) 원하는 대로 해드립니다.” “석 달치 3펜(1펜당 4주 분량) 할게요.”

21일 오전 비대면진료 앱을 통해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처방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분가량이었다. 기자는 정상 체중이었지만 위고비를 처방받는 데는 어떤 제약도 없었다. 휴대전화 너머 의사는 비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초정보인 키와 몸무게도 전혀 묻지 않았다.

지난 10월 15일 국내에 처음 출시된 위고비를 둘러싼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래 목적인 비만 치료가 아닌 미용 또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위고비를 처방받는 경우가 대다수인 데다 비대면진료를 통한 ‘묻지마 처방’도 만연하다는 평가다. 현재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고혈압 등 한 가지 이상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으면서 BMI 27 이상인 환자만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 의원은 비대면진료 신청 후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BMI가 23에 불과한 기자에게 아무런 기본정보도 묻지 않은 채 투여 용량과 원하는 분량을 물은 후 곧바로 위고비를 처방했다. 의사는 위고비 복용 여부와 알레르기 여부 등 단 두 가지만 질문했다. 처방전으로 위고비를 사려면 약국에서 본인이 직접 수령해야 한다. 기자가 서울 시내 약국지도를 클릭하자 판매 약국만 수십여 곳이 떴다. 가격대는 40만~80만 원대까지 편차가 크다. 병원·약국에 공급되는 위고비 가격은 한 펜당 37만2025원이지만 소비자가에는 유통사 이윤과 세금 등이 더해진다.

미용이나 다이어트 목적으로 위고비 오남용 시 다이어트 약 내성이 생기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비만클리닉 소장)는 “위고비는 함부로 처방해도 되는 약이 아니다”라며 “다이어트 약을 남용할 경우 웬만한 약에는 반응하지 않게 된다. 일시적으로 체중이 감소해도 요요현상이 올 위험성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미 위고비 투약 후 구토·복통·설사 등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 교수는 “정상 체중인 사람이 위고비 용량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부작용 위험도 커진다”며 “시간이 지나면 갑상선 질환이나 췌장염, 담석 등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의 온라인 불법판매 행위에 대한 집중단속 결과를 금명간 발표한다. 보건복지부도 최근 한 달간 위고비 오남용 관련 데이터를 검토한 후 비대면진료 개선 방안을 조만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권도경·유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