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네타냐후 체포영장’… 미국·헝가리·아르헨 “협조거부”

네덜란드·튀르키예 “영장 집행”
실효성 적어 실제 체포는 난망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등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 세계 각국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동맹국인 미국과 헝가리·아르헨티나 등 친이스라엘 성향의 지도자들이 집권한 국가는 협조를 거부한 반면, 다수의 유럽·중동 국가들은 ICC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21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ICC의 체포영장 발부 결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변인은 “우리는 ICC 검찰이 체포영장을 받기 위해 서두르는 것과 이 결정을 이끈 절차상 오류에 대해 여전히 깊이 우려한다”며 “미국은 이스라엘 등 파트너 국가들과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이스라엘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ICC의 결정에 대한 깊은 반대를 선언한다”며 영장 발부가 “테러 집단의 지속적인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페테르 시이아르토 헝가리 외교장관도 ICC의 결정이 “수치스럽고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럽연합(EU) 지도부 및 주요 회원국들은 협조 의사를 밝혔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ICC의 결정이 존중되고 이행돼야만 한다”며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카스파 벨트캄프 네덜란드 외교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네덜란드에 발을 들여놓으면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말했으며,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도 ICC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요르단 등 중동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영장 발부 결정을 환영했다.

다만 ICC 체포영장의 실효성이 적어 네타냐후 총리가 실제로 체포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ICC가 발부한 영장은 최소 56건인데, 실제 법정에 선 대상자는 21명뿐이다. 이 중 유죄 선고도 11번에 그쳤다. 지난 3월 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ICC 회원국인 몽골에서 체포되기는커녕 환대를 받는 등 비협조적인 회원국을 제재할 방법도 명확하지 않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