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업구조 개편 시급… ‘비욘드 반도체’ 사업 키워야”

■ 전문가들 위기극복 방향 제언

삼성이 경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사업구조개편 등으로 반도체 조직에 더욱 힘을 실어주거나, 로봇·바이오 등 미래 사업으로 ‘비욘드 반도체’를 키우는 방향의 조직 개편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2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로봇이나 바이오 등 미래 사업에서 삼성의 매출을 감당할 유망 분야를 무엇으로 선택할지 전략적 비전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단순히 반도체만 잘하겠다는 얘기만 할 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전기자동차 업황이 좋지 않지만 테슬라 주가가 오르는 것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다음 타깃은 로봇’이라고 한다”며 “삼성 역시 방향성과 잠재력이 있는 분야를 명확히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사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는 반도체(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를 그대로 둘지, 아예 떼어내 별도 회사를 만들지, 매각할지가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며 “지금 사업 구조상 파운드리와 메모리, 시스템LSI(칩 설계) 등을 다 같이하는 것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그렇게 좋진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어떻게 했을 때 파운드리사업이 살아날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며 “별도 조직으로 개편했을 때 장단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반도체 조직을 실질적으로 확장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유 교수는 “파운드리에 대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근 5년간 이 분야에 인재를 끌어오고 실질적으로 조직을 키우는 추진력이 비교적 부족해 결국 지금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인텔의 사례와 비슷하게 추진력을 가진, 기술 기반의, 그러면서 사업 감각을 가진 CEO가 없었다”며 “이번 인사에서 기술에 무게를 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해석했다. 유 교수는 “과거 삼성의 서울 공대 출신 CEO가 많았던 시절과 비교하면 확연하다”며 “과거 삼성의 위기를 극복해왔던 혁신과 추진력이 정말 지금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이후 조직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인사 발표 이틀 뒤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차례로 발표해 왔다. 다음 달 중순에는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어 내년 사업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