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 이름뿐 법적지위 없어… 지역특색 맞게 권한 줘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소멸 극복과 기업의 가치’를 주제로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화정책포럼-2024 지역혁신’에서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권혁주 한국행정연구원장, 유민봉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정명근 경기 화성시장, 이상일 경기 용인시장, 육동한 강원 춘천시장, 김광용 행정안전부 대변인. 박윤슬 기자

■문화정책포럼 2024 - ‘지역소멸 극복과 기업의 가치’
패널 발표 및 종합 토론

“美 텍사스주엔 소득세 없는데
韓, 지자체 권한으론 엄두 못내”

“기업 이전때 45일만에 건축허가
‘환영’말보다 유치 의지가 중요”

“행안부, 특례시 규제 완화 노력
연말쯤 행정체계개편 결과발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문제로 대두된 ‘지역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역 경제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화정책포럼-2024 지역혁신’에서 권혁주 한국행정연구원장과 유민봉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정명근 경기 화성시장, 이상일 경기 용인시장, 육동한 강원 춘천시장 등 패널들은 “지역 소멸을 막으려면 지역 경제가 받쳐줘야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패널 토론 좌장을 맡은 권 원장은 “지역 소멸을 극복하려면 결국 지역 활성화가 돼야 하고 반드시 경제가 필요하다”며 “경제가 지역 소멸 극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의 의견에 정 시장과 이 시장, 유 총장 등 토론 참가자들도 공감했다.

정 시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입증된 지역화폐를 발행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기업 유치를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시장도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기업 친화 의지와 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령 반도체 기업 렘리서치가 판교에서 용인으로 한국 본사를 이전할 때 땅을 사서 건축허가를 45일 만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이 살아나려면 중앙 정부가 권한을 이양하는 등 지자체에 여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총장은 “미국의 경우 텍사스주엔 소득세가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조세법률주의 등 중앙 정부 중심의 사고가 깔려 있어, 지자체가 기업 유치를 위해 소득세를 면제하는 등 정책 수단을 활용하기 어렵다”며 “지자체에 재량을 부여하고 융통성·유연성을 발휘해 볼 수 있도록 실행에 옮기고 성과를 확인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광용 행정안전부 대변인은 “정부는 기회발전특구·교육발전특구 등 각종 특구와 특례시·도 등을 통해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행안부에서 미래지향적 행정체계 개편 위원회를 운영 중이며 결과를 연말쯤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지자체장들은 허울뿐인 특례시·도, 특구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시장은 “용인특례시라는 명칭을 부여받았지만, 이름표만 달았을 뿐 법적 지위는 하나도 없다”며 “공무원 임용장에 찍어주는 도장도 그냥 용인시로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특례시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제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특히 재정 권한이 따라와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시장도 “일반 시에서 특례시가 되더라도 각 지역에 맞는 행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특례법을 제정할 때 각 지자체의 인구와 산업 환경 등 지역적 특색이 고려돼 반영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주 기자 joo4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