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미국 관세폭탄’ 은 베트남?… 한국 기업들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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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무역적자국 3위가 베트남
중국산 제품 수출 우회기지 활용
트럼프, 수입규제 강화 불보듯
전문가 ‘안미경미’ 필요 강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첫날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발 관세 폭탄’의 여파가 우리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 베트남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맹과 비동맹 구분 없이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해 무차별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수출 시장 다변화와 ‘안미경미(安美經美·안보도 경제도 미국)’ 전략 등을 통해 국제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베트남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46억 달러로 중국(-2794억 달러)과 멕시코(-1524억 달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베트남이 미·중 갈등 이후 중국의 대미국 수출 우회 기지로 지목된 상황이다. 업계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장벽이 베트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대중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미국으로의 수출이 쉬운 베트남에 대거 진출해 있다.

이에 따라 2019년에는 중국산 상품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비중이 전년 대비 40.0% 증가했다. 2021년 기준 베트남에서 제조한 중국 상품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은 33.9%에 달했다. 무역 업계는 베트남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증가할수록 미국의 베트남에 대한 수입 규제가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미국의 대베트남 통상정책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다른 대미 무역 흑자국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통상 리스크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미 대선 이후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를 주제로 개최한 ‘제29차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회’에서 “미국 수출 상품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세금과 규제 부과가 예상되는 만큼 대미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의달 서울시립대 융합전공학부 초빙교수는 “한국은 지난 30년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으로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대중 무역적자가 고착화하고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추구하는 현 상황에선 ‘안미경미’로 자유민주 국제진영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병철·최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