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45분, 손 놓지 않았다…구급대원, 교량서 떨어질뻔한 운전자 구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19구급대원이 28일 교량에서 발생한 눈길 교통사고로 위기에 처한 운전기사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눈길 교통사고로 트레일러 난간 충돌

안동=박천학 기자

눈길 교통사고로 11m 높이 교량에서 떨어질 뻔한 운전자를 구급대원이 맨손으로 45분간 지탱한 끝에 구조했다.

28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29분쯤 경북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계평교에서 대형 트레일러가 눈길에 미끄러져 난간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트레일러 운전석 일부가 파손되며 60대 운전기사의 하반신이 11m 높이 교량 난간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에 가장 먼저 출동한 풍산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 박준현(34) 소방교와 대원들이 운전기사는 두 손을 맞잡은 채 구조에 나섰다. 박 소방교는 “처음에는 운전석 안에 이불이 쌓여 있어서 환자(운전기사)가 보이지 않았다”며 “이불을 치워보니 환자가 겨우 상체만 운전석 안에 걸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손을 뻗어 운전자의 손만 겨우 잡고 45분을 버텼다. 이어 펌프차에 있던 로프로 운전기사의 팔을 휘감아 다른 구조대원 2명과 연결해 구조했다.

운전기사의 손은 사고 여파로 피범벅이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트레일러 차체 일부가 11m 교량 아래로 떨어졌다.

두려움에 빠진 운전기사가 발버둥을 칠 때마다 박 소방교는 그를 진정시키는 데 온 힘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기사는 사고 발생 1시간 1분 만인 오전 10시 30분쯤 굴절차 바스켓(탑승 공간)을 타고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 소방교는 “보통은 차가 도로 위에서 찌그러져서 문만 열면 됐는데, 구조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너무 좁았다”며 “눈도 많이 내리고, 손도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박 소방교는 2016년 11월 20일 입직한 만 8년 차 구급대원이다. 이날 구조 현장에는 박 소방교 외에도 안동소방서, 예천소방서 도청119안전센터 등에 소속된 소방관 20여 명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