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與野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썰렁한 명동 상권 후년까지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폐업한 가게 옆에 한 남성이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 與 ‘내분 심화’ 野 ‘탄핵 몰이’

1%대 성장률 전망에도 정쟁만
반도체특별법 등 6개월째 계류
성장불씨·미래동력 사그라들어

경제성장률이 내년에 이어 후년까지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한국 경제가 큰 위기를 맞고 있지만 정치권은 정쟁에만 매몰돼 성장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입법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꼭 필요한 입법조차 제때 하지 않아 되레 성장 불씨를 꺼뜨리고 기업 발목을 잡는 입법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29일 나온다.

입법이 시급하다고 꼽히는 ‘반도체특별법’ ‘국가전력망특별법’ ‘고준위방폐장특별법’ 등은 22대 국회 개원 후 6개월이 되도록 국회에 묶여 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을 담고 있는 반도체특별법은 노동권 강화를 우선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업계는 최근 고조되는 반도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정적인 국가 전력망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전력망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다른 법과 정쟁에 밀린 탓이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저장·관리하는 시설을 만드는 고준위방폐장특별법 처리 역시 뒷전으로 밀렸다.

국정 운영에 연대 책임을 지는 국민의힘은 ‘당원 게시판 논란’ 등 내부 권력 다툼에 몰두하고 있고, 거대 의석으로 사실상 입법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은 ‘김건희 특별검사법’ ‘검사 탄핵’ 등으로 공세를 펼치며 ‘이재명 방탄’에 집중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당내 각각 민생경제특별위원회,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등 경제·산업 발전을 논의하는 조직을 꾸렸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경제 활성화를 논의하는 특위조차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재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뼈대로 한 상법 개정안 처리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의견 수렴을 위해 이날 오전 경제계를 초대해 간담회를 열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우려를 제기해온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를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쟁국은 입법·행정력을 총동원해 해당 산업을 날게 하는데 한국은 정치가 발목을 잡아 기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정혜·김대영·최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