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달구기는커녕 찬물… ‘경제특위 0개’ 22대 국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경제 외면’ 여야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북카페에서 열린 ‘청년 토크 콘서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각각 발언하고 있다. 박윤슬·곽성호 기자

■ 경제활성화법안 표류

위기극복 시급 반도체특별법
野서 ‘52시간제외 반대’ 제동

AI시대 대비 국가전력망법은
소관 상임위 심사조차 못해

野 방탄, 與는 권력투쟁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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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경제 위기 속에서도 정쟁에만 열중한 채 주요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를 미루는 등 ‘희망 고문’을 반복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9월 1일 대표회담 후 공동 발표문에서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 방안을 적극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이후 지금까지 뚜렷한 입법 성과가 부족한 실정이다. 거대 야당은 공직자 탄핵소추와 특별검사법 남발로 정쟁을 부추기고, 소수 여당은 계파 갈등에 휩싸여 국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 계류 중인 대표적인 경제 활성화 법안으로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등이 꼽힌다. 반도체 관련 특별법은 여야를 통틀어 8건이 계류 중이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은 야당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을 반대하면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총 10건이 발의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역시 지난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에 상정만 하고 심사조차 하지 못했다. 이 특별법은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AI·반도체 산업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정적인 국가 전력망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안이다.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축소하고, 예산·기금을 건설 비용과 지역 주민 보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근거가 되는 법안이다.

여야는 21대 국회 막판 법안 처리에 공감대를 이뤘으나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극한 대치에 통과가 불발됐다. 여야는 26일 산자중기위 소위에서 이 법안을 심사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해상풍력발전보급촉진 특별법과 연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원전산업지원 특별법과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처리가 시급하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원전산업지원 특별법은 ‘원전산업발전기금’을 설치해 다양한 세제·금융·수출 지원을 촉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달 23일 발의된 이 법안은 아직 관련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역시 여야 의원들이 동시에 발의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실적이 거의 전무한 것은 정쟁에 꽉 막힌 정치권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기 당내에 경제 기구를 띄워 ‘민생 정당’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지만 정작 여야가 머리를 맞대 성과를 도출하는 국회 특별위원회는 22대 들어 하나도 출범하지 못했다.

역대 국회에서 민생경제안정특위·첨단전력산업특위(21대), 4차산업혁명특위·미래일자리특위·민생경제특위(20대), 창조경제활성화특위(19대), 미래전략및과학기술특위·민생안정대책특위·일자리창출및중소기업경쟁력강화특위(18대) 등이 활동한 것과 대조적이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