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감사원은 감액, 공수처는 원안유지… ‘미운털’ 손보기?

민주당, 기관 따라 ‘특활·특경비’ 삭감
이재명 지역화폐와 ‘거래’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감사원·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하면서도 국회·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특활비·특경비는 원안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야 정치권에서는 특활비·특경비 예산안이 비공식 협의체인 ‘예결위 소소위원회’로 넘어갈 경우 민주당은 자신이 요구해온 ‘지역화폐’ 예산안과 맞바꿀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화폐 예산은 대표적인 ‘이재명 표’ 예산으로, 여권이 아쉬워하는 검찰·감사원·대통령비서실의 특활비·특경비 예산과 맞교환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 예결위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까지도 내년도 정부안 기준 대통령비서실 특활비(82억5000만 원), 검찰 특활비(80억1000만 원)·특경비(506억9000만 원), 감사원 특활비(15억2000만 원)·특경비(45억1900만 원) 등에 대한 전액 삭감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예결위는 예산안조정소위를 열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예비심사를 마친 내년도 특활비·특경비 예산을 논의했지만 여야 간 현격한 입장 차이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야당 주도로 전액 삭감된 특활비와 특경비 예산 복원을 요청했으나 야당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바람에 관련 심사가 보류됐다. 소관 상임위와 예결위 모두 민주당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위원장을 차지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날 사실상 마지막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감액만을 반영한 자체 수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예결위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 기준 국회 특활비(9억8000만 원)·특경비(185억4000만 원), 공수처 특활비(1억1000만 원)·특경비(4억4000만 원) 예산은 원안대로 유지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예결위 소속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야당이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특활비·특경비가 문제라고 했지만, 정작 국회와 공수처엔 관대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의 장경태 예결위원은 통화에서 “국회와 공수처는 소관 상임위 등에서 특활비·특경비 사용 내역에 대해 소명했다”고 반박했다.

헌법 제57조는 국회가 예산을 심사할 때 감액은 상임위 의결로 할 수 있지만 증액은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결국 양당 원내지도부가 막판 주고받기식 협상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