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세계 최초 ‘성매매 노동법’ 시행…연금·출산휴가 보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벨기에 ‘성노동법 제정’ 시위. EPA 연합뉴스

벨기에가 세계 최초로 성매매 종사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이들이 각종 사회보장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을 시행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월 벨기에 의회에서 가결된 ‘성 노동자를 위한 보호법’이 전날부터 발효됐다. 세계 최초의 ‘성매매 노동법’으로 평가받는 이 법은 성매매 종사자가 고용주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골자다. 이에 성매매 종사자도 일반 근로자처럼 연금·실업수당·건강보험·연차와 병가 및 출산휴가 등의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또 법에는 원하지 않는 고객을 거부할 권리와 성행위를 언제든 중단할 권리, 고용주의 일방적 해고와 같은 불리한 처우를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성매매 종사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자격도 규정했다. 고용주는 성폭행·인신매매 등 범죄 전력이 없어야 한다. 정부는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에게만 사업 허가증을 발급한다. 고용주는 성매매 종사자에게 콘돔과 깨끗한 침구, 작업실 내 비상 버튼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도 법에 명시됐다.

성 노동자 관련 단체들은 법률 시행을 환영했다. 성노동자 연합인 ‘UTSOPI’의 멜 멜리셔스는 SNS에 "이 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은 보호를 받게 될 것이고, 이 업계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 역시 그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온라인 등을 통해 자영업 방식으로 일하는 성매매 종사자들은 이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종혜 기자